초전동 5

너는 나의 가장 친한 자전거 친구

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 아들한테 짜증이 는다. 아들이 나한테 짜증을 내서 그런가, 아님 내가 먼저 그러는 건가. 모르긴 몰라도, 일단 내가 아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커지고 있고, 내 기준에서 모자란다 생각해서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마음으로 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내 잘못이 크다. 그래도 우리 둘이서만 할 수 있는 게 아직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전거 타기다. 아내도 자전거를 탈 수는 있으나 빠르게 멀리 갈 수가 없고, 딸을 매달고 타는 것도 가능하지만 빠르게 갈 수가 없다. 우리 둘이서 라면 조금 힘을 내어 달려볼 수가 있다. (물론, 오늘처럼 바람이 심한 날에는 그저 지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물 한 병을 넣고, 집에서 굴러 다니던 과자 두 개, 지갑을 챙겨서 나선다. 바람은 어찌 이렇게..

초전동 아침 산책길에 보게 된 오리들

영하 8도. 묵직한 음식물쓰레기통, 가득찬 플라스틱 재활용쓰레기. 버리지 않을 수 없어서 옷을 잔뜩 껴입었다. 나선 김에 영하 8도의 아침을 음미하기로 하고 털모자를 쓰고 장갑도 챙긴다. 탈탈탈 음식물 쓰레기를 털어넣는다. 2킬로가 넘는다. 생수가 담겨온 패트병은 또 분리하고 다른 플라스틱은 한 데 담고. 영하 8도는 장갑 없이는 손을 내놓고 다니면 안되는 기온이구나… 손가락이 운다. 음식물쓰레기통이랑 재활용쓰레기를 담았던 포대자루만 우리층에 살짝 내려놓고 다시 1층으로 간다. 추위야 기다려라. 누구집 자전거인가. 간밤에 너무 추워 물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하늘을 보니 달도 질렸다. 뒷짐지고 걷는데, 바람이 불어 눈이 시리다. 눈물은 속눕썹에 맺혀 얼까말까 고민한다. 바람이 옆에서 분다. 내 오른쪽에서..

나의 예쁜 동네 가게 - 카페 홀리데이 (진주 초전)

오랜만에 동네 카페에 갔다. 그 카페 이름은 홀리데이 카페인데 재작년쯤에 내가 휴직했을 때 글쓰기 멤버들과 함께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서 글을 쓰던 장소였다. 마침표 코로나가 터지고 계속 문을 열지 않길래 나는 장사를 그만두신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그쪽으로 머리를 자르러 갔다가 나오는데 가게에 불이 켜진 게 보였다. 그래서 가보니 가게 문이 열려 있어고 커피도 마실 겸 가게로 들어갔다. 예전에 보았던 그 사장님이 맞아서 일단 커피를 한 잔 주문했다. 커피를 한 잔 주문하면서 늘 닫혀 있었 있길래 문을 닫으신 줄 알았다고 말을 했고 예전에 글을 쓰러 수요일마다 오고는 했었다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그제야 그때 그분이냐고 물으시는데 정확히 나를 알아보셨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마스크 덕분에 이제는 사..

초전동 기록, 한움큼 남은 나무 베기

산도 아닌 언덕. 그래도 거기에 나무가 좀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나무를 베어 내고 있는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나? 도서관도 들어온다고 하고. 나무를 베어 내고 도서관을 올리고, 아파트를 올린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늘 높은 소나무가 서 있다. 대개 색이 좋지 않고 시들시들 해서 서로 기대어 있다. 그 모습을 보자면, 마음이 좋지 않다. 그러고도 나는 아파트 살고 있는 사람. 집값은 오를 건가 보다. 자꾸 집을 지어 올리는 것을 보면. 돈 앞에 초연도 못 하고, 자연 앞에 겸손도 못한데, 잘린 언덕의 머리를 보니 마음이 좀 휑하다. 그냥 그런거지.

아침 산책에서 아침 라이딩

일요일 아침의 나른함은 여러 가지 덕분에 가능하다. 늦잠을 자고.. (늦잠이래 봐야 8시까지 자는 게 고작이지만.), 끼니는 대충 때운다.(토스트 2개, 콘프레이크 한 그릇. 아들은 (자주 그렇듯)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딸도 유치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해야 할 일들이 줄어들면 여유가 생긴다. 머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한다. 창의적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머리를 놀 게' 해줄 시간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되려나. 아무튼, 일요일 아침만큼은 나는 매우 여유롭고 고로 아주 창의적이다. (아내에게 사랑받으려면..) 쓰레기도 버릴 겸, (딸과 아들을 사랑하려는 방법으로) 아이들 산책도 시킬 겸, "동네 한 바퀴 하자." 하고 옷을 먼저 입는다. 반바지에, 티셔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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