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4

질병은 우연이지만 환자됨이 필연은 아니다

미야노 마키코, 이소노 마호 지음, 김영현 옮김.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다다서재 2021. 이 기묘한 편지를 써보자고 말을 꺼낸 사람은 바로 저, 미야노 마키코입니다.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꽤 폭넓은 분야를 아우를 예정이었지만,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결국 생과 사를 둘러싼 다큐멘터리이자 생과 사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해후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혹은 병에 걸린 한 철학자가 '영혼의 인류학자'에게 기대며 내보낸 말들을 기록한 책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이 책을 쓴 두 저자 중 한 명인 미야노 마키코는 책의 들어가는 말을 저렇게 시작했다. 그녀는 거의 숨을 거두기 직전에 이 책의 들어가는 말을 썼다. 두 저자 사이의 편지를 보건데, 거의 마지막 즈음(이라고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미..

그래픽노블 | 시간의 주름

방학 이틀 째, 일을 해야 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고 집 안은 덥다. 책도 손에 잡히지 않으니 [[그래픽노블]] 읽기에 딱이다. 시간의 주름 A Wrinkle in Time 매댈렌 랭글 지음, 호프 라슨 그림, 심혜경 옮김 이숲 출판사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에 출판된 이 책은 절판되었다. 그래서 알라딘에서 중고로 구입했다. 좋은 작품임에 분명하니 중고가격이 뛰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라고 서평을 쓸 수는 없고. 아무튼, 메그 머레이라는 아이가 아빠와 동생을 구하기 위해 광속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우주를 관통한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선형적 시간이 아니라, 시간의 주름을 만들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데서 이 작품의 제목이 나왔다. 저자는 이 책 한권으로 끝낸 게 아니라..

죽음이 남긴 자리를 치웁니다.

죽은 자의 집청소 책 제목을 보라, 읽지 않더라도 제목 때문에 책을 한번 더 보게 된다. 나는 몇 몇 미디어에서 책을 접했고 결국 사두기는 했다. 그럼에도 또 몇 달간 읽지 못하고 두었다. 스스로를 중년 남성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건강에 염려하는 부분이 생길 때마다 내가 어릴 적보다 훨씬 죽음에 가까워졌구나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면 도리어 뒤로 물러서서 겁을 먹게 될 때가 있다. 아예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은 소재라는 생각,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 소재라는 생각. 책을 펼치고 저자의 문장에 놀라게 된다. 이 책은 청소하는 노동자로부터 시작한다기 보다 시인을 꿈꾼 사람에서 시작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하다가 그는 어쩌다가 특수청소라는 분류하기도 어려운 일을 하..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조너선 실버타운, 서해문집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서평 리디셀렉트 읽을만한 책 딸 재우다 일어나서 며칠간 밤에만 읽고 있던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를 읽었다. 이 책은 페이스북에서 알게된 최낙언 선생님이 '재미있다'하셨는데, 리디북스 셀렉트에 나와 있어서 읽게 되었다. 책은 온전히 '진화'에 대한 이야기이지만,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먹고 마시는 것들이 그 주인공이다. 음식의 맛이나 향, 진화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갖은 숫자와 기호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재미있다. 다 읽고 나니,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 책은 호모사피엔스가 먹음으로써 생긴 다양한 음식들의 '변화 이야기'라고 할만하다. 인간은 동식물의 진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동식물은 또 인간의 수탈(혹은 개입)에 적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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