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2

아빠에게 읽어주려고 책을 가져 왔지만

결국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어젯밤 할머니가 좀 더 버텨주시기를 바라며 기도하고 잠들었으나, 새벽에 울리는 진동 소리에 깼고, 엄마의 목소리였다. 엄마는 바로 9시 기차를 예매했고,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아빠 입원실을 지키기로 했다. 그 새벽에 서둘러 챙길까도 생각했지만, 나는 아이들이 일어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같이 밥먹고 나서 출발하고 싶었다. 주말 내내 아이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난 딸 옆에서 웃겨주고 간질어주고 같이 놀았다. 할아버지가 많이 아파서, 외증조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아빠가 할아버지에게 가야 한다고 이야기 했는데, 딸은 가지 말라고 했다. 울지는 않았지만, 가지 말라고 하기는 했다. 적어도 3일은 보내게 될테니, 나는 속옷도 갈아입을 옷도 챙겼다. 마치 여행가는 ..

아들의 이가 깨어졌다

“아들 이가 깨져 나갔어.” 아들은 아주 장난꾸러기가 아닌데도, 이미 한번 팔에 실금이 가서 반깁스를 한 적이 있고, 캠핑장에서 뛰어 다니다가 돌에 박혀 턱 아래가 찢어져 꿰맨 적이 있다. 낫고 나니 모두 눈에 띄지는 않는 상처다. 오늘은 태권도장에서 피구를 하다가 공을 잡으려다 앞에 있는 형 팔꿈치에 턱을 맞아, 윗니 아랫니가 딱 맞부딪히면서 아랫니 두 개의 윗부분이 조금 깨어져 나갔다. 아내의 문자를 받고 집에 와서 확인하니 크게 깨어져 나간 게 아니지만, 병원에 당장 가보는 게 좋겠다. 역시나 치과들은 모두 예약제라 빠르면 목요일 밤 진료가 가능하단다. 나는 요즘 저녁 시간에 전혀 시간이 나지 않는 편이라 어쩔 수 없이 아내가 데려갈 생각으로 목요일 밤 예약이라도 잡으려고 다시 전화했는데, 처음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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