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크고 집은 짐은 넘친다. 아내는 자주 필요 없는 것들, 쓰임이 다한 것들을 버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한다. 그런데도 늘어난다. 아이들의 책만은 계속 늘고 있다. 둘째는 첫째가 읽던 것들을 받아 읽으니 늘지 않지만 첫째의 책은 조금씩 늘고 있다. 게다가 나의 책들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집안 구석구석으로 나의 책들은 자리를 옮겨갔고 어느 날 아내는 내 책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넣었다. 책을 이중으로 꽂아 안에 들어가 앉은 책들은 도저히 눈에 띄지 않았다. 문으로 닫아버려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곳으로 책을 밀어 넣기도 했다. 아이들의 책은 보여야 읽으니. 나는 내 안타까운 책들을 구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아들 방에 피아노를 넣게 되면서 집안의 책들의 위치를 바꿔야 했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