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수당을 받고, "감독선생님들, 수고 많았습니다." 라는 인사를 들으며 퇴근했다. 오늘 하루 근무한 학교 앞 도로가 좁아서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걸렸다. 다리는 부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아주 피곤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아침에 차를 큰 나무 아래 댔었는데, 새가 똥을 싸뒀다. 인사한 거니? 그리고 하루사이 내 차에 내려 앉은 나뭇잎이 수십개가 되었다. 차를 몰아 나오는 데, 나뭇잎이 날리고 나는 깜빡 놀랐다.
부정행위를 잡는 게 목적은 아닌 감독이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눈에 힘을 주고 있었더니 미간 사이가 피곤하다. 아마도 시험을 치는 학생들도 무척이나 피곤하겠지. 오늘은 쿨쿨 잠든 수험생을 보지 못했다. 다들 열심히 잘 하더라. 예전에 근무하던 학교 학생을 몇 명 시험장 안에서 보기는 했지만, 당연히 아는 척 하지는 못했다. 꼭 그 학생들이 아니더라도, 시험장에 있는 모든 학생이 자기가 노력한 것들을 모두 쏟아 부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감독을 한다.
요즘에는 같은 학교의 선생님 여러명이 한 학교로 감독을 나가는 일이 없다. 우리 학교에서는 단 3명만 이 학교에 같이 오게 되었다. 서로 사이 좋게 이야기하며 쉬는 걸 말리려고 하는 것일까. 코로나로 감독관들에게는 간식도 없다. 오로지 생수만 제공되었다. 화기애애한 대화는 이미 불가하다.
매해 갈 때마다 수능은 규정업무로 라는 말로 감독관 연수가 시작된다. 그런데 '규정업무'라는 용어는 없다. 아마도 '규정대로 해야 하는 업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기는 한데, 누가 시작한 말일까. 규정업무라지만, 그 근거규정은 수능감독요령이 되려나? 하지만, 학교에 따라서는 감독지침에 나와 있지도 않은 것을 요구할 때도 있다. 게다가 잘해봐야 본전 이라는 말도 빠지지 않는다. 감독 업무에 대한 인식이 어떤 지 알 수 있다. 선생님들의 부담도 어느 정도인지도 잘 알 수 있고. 시험장을 관리하는 분들부터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일신에 안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라고 말함으로써 감독관들에게 으름장을 놓기 일쑤다.
그래도 우리 학생들이니 감독한다. 교사 외에 누가 학생들을 제대로 감독해줄 만한 어른이 있는 지 믿을 수가 없어서 감독에 임하게 된다. 감독 들어가는 교사들에게 겁을 주기 보다는 응원해야 할텐데, 그런 큰 방향은 좀처럼 변화가 없다.
아무튼 또 한번의 감독이 끝났고, 또 한 차례 수능이 지나갔다.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시간은 흘러 간다.
집에 오자 마자 맥주를 한 캔 꺼냈다. 딱 하나 뿐인 것이었지만, 밥을 먹기 전에 한 잔 시원하게. 그리고 라면을 하나 끓인다. 그렇게 후루룩 마시고 먹고 나니 피곤이 몰려 든다. 책이라도 좀 보다가 잠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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