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또 다른 학교 이야기

수능시험장 준비는 괴로워

타츠루 2021. 11. 10. 22:32

2020.12.02 - [학교 관련] - 수능, 코로나를 대비하라

 

수능, 코로나를 대비하라

수능 전날은 대개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모두 수능일이 다가올 걸 알지만, 그와 함께 일어날 많은 일들을 미리 걱정할 겨를은 없다. 수능 감독으로 가거나, 수능시험장 본부요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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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무거운 데는 이유가 있다

아침부터 몸이 무겁다. 내일부터 고등학교는 일제히 온라인 수업에 들어간다. 목적은 수능을 안전(?)하게 치르기 위해서다. 혹시나 모를 감염으로 수험생이 감염되거나, 수험생을 감염시키는 일이 학교에서 일어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얼마나 감염되었고 또 학교 내 감염이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피할 수 있는 위험은 피하는 게 좋다.

내일부터 온라인 수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오늘 대강의 수능시험장 준비를 마쳐야 했다. 대강인 이유는, 교실을 청소하고, 책걸상을 배열하고, 각종 부착물을 제거하는 데까지만 준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각종 부착물이 남았다. 그건 정말 수능전날에 하게 된다. 고사장 안내도, 수험생 좌석배치, 수험생 유의사항, 고사장 밖에서도 수험장을 확인해볼 수 있도록 운동장 쪽 창문에도 고사장 번호를 붙인다. 그동안 학교에서 냉난방기 점검, 스피커 볼륨 및 상태를 점검할 것이다. 특히 우리 지역 진주의 경우 수시전형으로 대학을 가능 비중이 월등히 높다. 수능의 중요성이나 부담은 그만큼 줄었다. 그렇다고 수능 시험 대비에 대한 준비가 허술해진 것은 아니다.

수능시험장을 준비해야 하니 담임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은 깨끗이 빡빡 청소하는 데 익숙지 않고, 그렇다고 담임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래도 오늘 우리 반 학생들은 정말 잘해주었다.

부착물 제거

오늘도 교무실 문을 내가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교실로 가서 교실 안에 붙어 있는 모든 부착물을 떼어 냈다. 큰 종이박스를 준비하고, 거기에 다시 사용해야 하는 것들은 담아 두었다. 수능시험장이 될 것을 알기 때문에, 고등학교 학급 안은 꾸미기를 최소화한다.

수능시험장 준비

각 줄 별로 업무 분장하기

유의점 : 오늘은 다른 특별구역 청소는 할 필요가 없었고, 교실만 하면 되었다. 평소 교실을 청소하는 학생들은 정해져 있으니 도구가 부족할 수도 있었다. 진공청소기로 청소하면 더 편하겠지만, 다른 모든 반도 청소하기 때문에 몇 대 안 되는 진공청소기를 기다릴 수가 없다. 각자에게 역할을 주는 것보다는 전체 청소의 방향에 대해 주지 시키는 게 좋다.

해야 할 일 :

  • 벽면 낙서 지우기
  • 개인 사물 정리 및 책상 안 비우기
  • 교실 안 책걸상을 복도로 빼기/ 책걸상 다리에 붙은 먼지 제거
  • 교실 안 쓸고 닦기
  • 책걸상 안으로 넣기
  • 복도 쓸고 닦기

우리 학교 책걸상의 단점은 다리에 먼지가 잘 붙는다는 점이다. 엉겨 붙은 먼지 때문에 교실을 쓸고 나서도 금방 먼지가 돌아다닌다. 그러니 책걸상을 들어내고 청소하는 게 좋다. 학생들은 4줄로 앉아 있고, 2줄, 2줄을 나누어할 일을 정했다.

2줄 : 책걸상을 가지고 나가서 털고, 가지고 들어오기
2줄 : 교실 안을 쓸고 닦고, (책걸상이 교실로 들어오고 나면) 복도를 쓸고 닦기

어떻게 해야 할지 설명한 다음에, 이름을 호명하며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확인을 한 번 했다. 그리고 청소를 진행. 벽면 낙서는 청소 시간이 되기 전에 몇 명의 학생에게 부탁했고, 스티커 제거제를 뿌려 가며 정말 지문이 없어질 때까지 닦았다. 낙서가 별로 없었는데도, 지우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개인 사물은 먼저 비우고, 가방에 남은 짐을 넣고, 복도에 책가방을 모두 두도록 했다. 책걸상은 그다음에 나갔다. 세 번 정도 책상 안을 비우라고 했고, 나중에는 부반장에게 다시 한번 확인을 하도록 했다. 모든 청소 과정에 나도 함께 했고, 모두들 땀을 흘려가며 한 것은 아니지만, 빈둥대거나 자기 할 일을 잊고 관망(?)만 하는 학생은 없었다.

자잘한 정리

교탁과 감독교사용 키높이 책상을 전면에 배치하고, 감독교사가 잠깐 앉을 수 있는 의자도 교실 뒤 벽면에 두었다. 선풍기 코드는 모두 뽑고, 덮개를 씌웠다. 책상은 일단 4열 6석으로 배치.

다시 교무부에서 보내온 매뉴얼을 보며 빠진 부분은 없는지 점검한다. 책상 높이가 모두 맞는지 확인하고, 상태가 안 좋은 의자 하나는 좋은 것으로 바꿔 온다. 사용한 걸레는 깨끗이 빨아서 일단 걸어두었다. 그리고 끝. 집으로 갈 시간이 아직 남았지만, 휴대폰을 나눠주고 다 같이 좀 쉬었다.

6교시가 끝날 때쯤에는 종례를 시작했다. 온라인 수업 시 수업 잘 듣고, 특히나 실시간 수업은 절대 놓치지 말 것. 자가진단 잘하고, 몸에 이상이 있으면 반드시 연락할 것. 방역을 이유로 이번 온라인 주간에는 학교 출입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공부에 필요한 것들은 모두 챙겨갈 것. 그리고 건강히 잘 있다가 올 것.

기념사진 한 장

우리 반은 매월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외부에서 보다 교실 안에서 찍은 사진이 많은데, 거기서 거기인 사진 같지만, 그래도 매월 찍으면 좋다. 군말 없이 사진 찍으려 모여주는 학생들에게 고맙다. 오늘처럼 깨끗한 교실은 다시 보기 힘들 것 같아서, 11월 단체사진을 찍자고 했다. 깨끗한 교실이 강조된 사진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모두들 수고했고 편안한 얼굴로 사진을 찍었다.

아직도 할 일이 더 남았고, 수능시험일도 넘겨야 하지만, 다 잘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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