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또 다른 학교 이야기

사과데이에 편지받고, 교직에서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

타츠루 2021. 10. 25. 20:12

내 이름

사과데이 행사가 있었다. 어떻게 정한 걸까. 아무튼 사과 하는 날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에 전교 학생회에서 편지와 사과를 가지고 배달을 하러 다니더라. 편지를 모으고 분류하느라 일이 많았겠다. 나에게도 편지가 세 통 와 있었다. 사과를 하는 편지는 아니었고, 사과 데이를 맞이해서 쓴 학생들의 편지였다.

모두 우리 반 학생들에게서 온 편지였다. 생일에 받는 롤링페이퍼가 아닌 편지라 특별한 느낌이었다. 답장도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편지였다. 조금씩 다른 내용이었지만, 모두 같은 내용도 있었다. 학급 학생들에게 하나하나 신경 써줘서 고맙다는 내용. 그랬었나?

나는 한 5, 6년 전 학생들에게서 받은 평가가 생각났다. ‘그다지 학급 학생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표현이 제법 있었다. 아마도 교원능력개발평가에서 우리반 학생들이 남긴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물론 고맙고 좋다는 글도 있었지만, 몇 명은 내가 별로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썼다. 오늘의 편지를 받고 그때를 생각했다. 내가 몇 년만에 아주 많이 성장했거나, 아니면 지금 학생들의 평가가 후하거나.

나의 경우, 교직에서의 경험을 통해 내가 성장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게 몹시 어려웠다. 담임을 하는 일은 여전히 부담스럽고, 수업 준비도 늘 어렵다.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든 것은 아니지만, 한번도 쉬웠던 적이 없다. 부담스럽고 어렵다고 싫은 것은 아니다. 사람을 대하면서, 어떻게 사람과 관계 맺을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하게 되고, 이는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데 분명 이바지 한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면, 내 주변을 돌보는 데 더 여유가 생긴다. 내가 건강한 사람이어야 건강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번아웃에 고통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열심히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자주 내가 번아웃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소진을 막기 위해서 나는 쓸데없는 일에서도, 중요한 일에서도 나의 에너지를 아끼면서 여전히 목표를 성취할 방법을 찾아왔다. 지금도 그러는 중이고.

교직 초반에는 수업 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학생들과의 관계는 좋은 수업을 통한 통제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좋은 수업에 학생과의 관계 고려해 뒀어야 했다. 학생과의 관계가 그렇다고 엉망이었던 것은 아니나, 그때부터 관계로부터 시작하는 수업을 고민했다면 좀 더 바른 방향을 좀 더 일찍 찾지 않았을까 싶다.

교직에 들어와서 한 8년인가가 지나고,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교수님을 뵌 적이 있다. 교수님은 “박선생님은, 수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하고 물으셨다. 나는 “수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로 시작하는 답을 했다. 그때는 잘 모르고 있었다.

이제는 주로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대화에 대해 공부한다. 그리고 여전한 고민은 내가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인가?이다. 쉽게 화내지 않고, 넓은 아량으로 학생들에게 올바른 행동을 안내하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 모범이 되는 사는 사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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