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책, 읽은 책, 읽을 책

12월 모임: '같이 읽고 함께 살다'(장은수)

타츠루 2023. 12. 16. 00:36

일시: 2023.12.15. 19:00 ~ 21:30
장소: 소소책방
참석자: 6명(박--, 이--, 정-희, 정-우, 김-연, 김-희)

소소책방

### 오랜만의 소소책방 오랜만에 망경동, 오랜만에 소소책방이다. 비가 약간 흩뿌렸지만 덕분에 책냄새가 더 진한 것 같아서 좋다. 일찍 도착했어야 했는데, 책방지기님 선물 겸 공간 대여료로 쓰려고 선물(제로그램 티타늄컵)을 사고, 간식으로 먹을 꿀꽈배기를 사느라 딱 정시에 도착했다. 거의 1년 만에 조방주님을 뵙고 안부를 물었다. 중고나라에서 득템 한 멋진 자전거를 보여주셨다. 득템의 운도 타고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오랜만에 찾은 책방은 아늑하다. 팔지 않아도 되는 내 책들로 이런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냥 가끔 여기 들르는 것으로 해소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새 회원과 근황

모두 제때 맞춰 오셨다. 빵, 귤, 샤인커스캣, 먹을 것들을 풀어놓고 오늘 함께 이야기할 책, 같이 나눔할 책도 얹다 보니 책상이 비좁다. 아기 손님까지 더해서 여섯 명이니 오늘은 제법 넉넉한 모임이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근황을 나눈다. 우리 회원분이 한 분을 모시고 왔다. 친구를 독서모임으로 끌고 오고, 친구 따라 독서모임에 오다니. 책 읽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지만 어디선가 모두들 살아 있다. 덕분에 돌아가며 자기 이름을 말하고 근황을 덧붙였다. 돈을 받으면서 책을 읽는 일을 하고 덕분에 고맙게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 내년에 할 일을 생각해서 걱정이 앞서는 나. 차곡차곡 벌고 모은 돈으로 겨울에는 상해와 만주로 간다는 분, 육아, 수영을 하며 눈코 뜰 새 없지만 뜨개질 코를 땋으며 그 정신없음을 한 스푼 더 했다는 회원님. 혼자 읽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같이 읽는 건 어떤 건지 궁금해서 왔다는 새 회원님. 오늘은 같이 읽고 함께 살다(장은수) 읽기 참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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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독서모임 이야기

같이 읽고 함께 살다는 편집자로 유명한 장은수님이 쓰신 책이다 2018년 출판될 당시 나는 페이스북을 열심히 하고 있었고 그때 장은수 님의 글을 보고 호감을 갖고 있었던 터라 바로 사서 읽었다. 독서 모임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한참 고민하던 시기(지금이라고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에 이 책은 도움이 되었다. 전국을 누비며 어떤 곳에서 누가 왜 어떻게 독서모임을 꾸려 가고 있는지 들여다 보고 그 이야기를 전해주는 책이다. 우리 모임도 더 오래된다면 누군가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그때는 장은수 님의 인터뷰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홍동 할머니 독서 모임

책에 언급된 독서 모임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모임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혿동의 할머니 독서 모임을 다들 좋아하셨다. 그 꼭지부터 읽었다는 분도 있었다. 불혹에 시작해서 칠순을 넘긴 나이까지 함께 모여 책을 읽는 분들이다. 독서 모임에 이름도 없어서 그냥 할머니 독서 모임이라는데, 독서 모임에 무슨 이름이 필요할까. 어차피 독서모임은 대단한 효용을 위해 모인 자리가 아니다. 남 얘기 안 해서 좋은 모임 이고 책 읽다 다툴 일이 뭐가 있냐 는 마음으로 책을 읽으시는 분들의 이야기다. 단행본을 읽기보다는 토지처럼 긴 호흡이 필요한 책들을 실컷 읽어오셨다.

같이 읽는 게 왜 좋은가

독서 모임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책이 될 수 있는가. 하고 읽기 시작하는 책이지만 저자의 필력에 멱살 잡혀 책으로 빠져들게 된다. 같이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전국을 누비게 된다. 창작자가 아니라 수용자가 연주하는 유일한 예술이자 신비로운 공연으로 라고 읽기를 묘사할 수 있는 분이니 이 책의 문장들이 좋지 아니할리 없다. 그렇다면 왜 같이 읽는 게 좋은가.

  • 전혀 새로운 시각 때문에 나에게 통찰을 줄 때가 있어요
  • 처음에는 왜 저렇게 생각하나 하다가도,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되어 좋아요
  • 책을 두고 적당한 거리도 두고 개인사를 나누기도 하면서, 책 모임은 안전한 공간이구나 싶어서 좋아요
  • 혼자 읽어도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혼자 읽기는 책의 한 편이고, 다른 사람과 같이 읽어서 책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아요
  • 책 편식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 혼자서는 못 읽을 책을 읽어내며 읽는 힘이 생겨요
  • 내 생각이 자라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요
  •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하려니 책을 더 꼼꼼히 잘 읽게 되어요

읽기는 혼자 하는 일이지만, 읽기는 혼자서만 해서는 안된다. 독서모임을 해봐야만 알 수 있다. 오늘 이 책을 읽기 잘한 것 같다.

독서 모임을 준비하기 위해 책을 읽으려니 숙제처럼 책을 읽게 되기는 한다. 모임을 위한 책도 읽고, 내가 좋아 읽으려는 책도 있는데, 어떻게 책을 읽는 게 좋을까. 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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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권의 책을 읽는 시간

  •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하나씩 쳐내듯 읽습니다. 못 읽으면 연장하기도 하구요. 책을 사고, 빌리고 책은 쌓이고. 못 읽게 될 때도 있지만 열심히 읽게 되기도 합니다.
  • 한 권을 끝내야 다음 책을 읽는 느린 독자라 독서 모임 두 개 할 때는 너무 바빴어요. 좋은 구절, 멋진 장면은 음미하고 여운을 느끼고 싶은 데 그러지 못할 때가 있어서 아쉬웠어요. 도서관에서 빌려 책을 읽을 때가 많은데, 밑줄을 그을 수는 없고 좋은 문장은 기억하고 싶고, 그런 부분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 되도록 책은 정독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요. 일 때문에라도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책을 잡고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끝까지 못 읽을 때도 있어요.
  • 여러 권의 여러 종류의 책을 동시에 읽습니다. 하나 읽다가 막히면 바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다

(그런 일은 잘 없지만)새로운 회원분이 오시면, 모임에 대해 잘 안내하고 싶어 진다. 친구 따라 교회에 처음 간 날 강당 앞 연단으로 불러 나를 향해 찬양해 주던 때가 가끔 생각이 나는데, 그 이후로 나는 교회에 가지 않았다. (반드시 그 충격 때문만은 아니지만.. ) 모임의 유대감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사람을 맞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리 모임이 누군가의 마음 하나에 좌우되지는 않지만 나는 자주 진행의 어려움에 대해 고민을 한다. 그래도 오늘 모임은 책 선정이 시의적절해서 좋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우리가 #먼북소리 를 통해서 무엇을 우리 삶에 안겨줬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꺼내온 책을 나누면서 그 책이 각자의 집을 벗어나 이 자리에 오게 된 사연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갖고 싶은 책에 띠지를 붙이고, 서로 싸우지 않고 잘 나누었다. 여러 권의 책을 가지고 오신 분 때문에 나눔이 아주 풍성했다. 숙제를 또 받아 들었고 즐겁게 숙제를 해야지.

내년에는..

읽을 책을 적어도 사분기로 나누어 정해두려고 한다. 고전에 대한 열망을 높였으니 어떤 고전부터 진행할지 정하면 된다. 좀 길다면 반드시 한 달에 한 권을 할 필요는 없겠다. 다시 돌아봐도 책을 두고 하는 이야기는 편안하다. 책이 내놓은 단어와 문장 덕분에 우리는 같은 땅에 발 디디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우왕좌왕하더라도 결국 책에서 벗어나지 않는 점도 좋다. 내년에도 올해만큼, 혹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함께 읽는 한 해가 되기를 빈다.

#먼북소리 회원님들께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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