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귀찮은 글쓰기
위근우
2023.12.
시대의창
위근우 작가는 경향신문 지면을 통해 알게 되었다. 대중문화에 대한 한 면짜리 비평을 쓰는데, 신문의 면수를 생각한다면 상당히 널찍한 공간을 차지한다. 이름도 특이해서 좀 익숙해졌는데, 서점에 가니 이쁘게 생긴 책이 놓여 있었다. 제목만 본다면 글쓰기 방법론에 대한 책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차라리 “왜 쓰는가?”에 대한 답변에 가까운 책이다. 최근 읽었던 정아은 작가의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와는 또 결이 다르다. 논란이 많은 혹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글을 주로 써와서 그런지 글이 수행해야 할 목적에 대해 상세히 다룬다. 팬을 위해서도 쓰지 말고, 안티팬을 의식해서 쫄지도 말라는 그의 말. 일터에서 하나의 사안에 대해 논쟁이 붙을라치면 쉽게 움츠러 들고는 하는데, 그는 새로운 공론의 장을 위해서 살벌하게 논의를 펼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독서 노트는 이제 써야 하지만, 그건 오래 걸리는 작업이므로, 몇 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만 남겨둔다.
시시하지만 만만치 않은 긴 일상과 짧은 성취의 순간이 반복되다, 아주 가끔 남에게 자랑하고픈 일이 하나둘 생기고, 그게 모이다 보면 언젠가 꽤 그럴싸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
내 경험으로는 길티플레저에 대해 써보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됐다.
아이디어는, 그냥 아이디어일 뿐이다. 좋은 아이디어도, 그냥 아이디어일 뿐이며, 매우 탁월한 아이디어도 결국엔 아이디어일 뿐이다.
가장 쓸데없는 짓이 반성이다. 반성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이미 부정적 감정이 스스로에게 쏟아져 들어올 때 굳이 짐을 하나 더 얹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논의에 대한 기여란, 아직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내 해석이 다른 해석보다 더 우월하거나 진실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만한 좋은 경험적 근거와 논리를 제시하는 방식으로써만 가능하다.
세상에 도덕적으로 옳은 개소리는 없지만, 진정성 있는 개소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안의 구체성에 최대한 밀착한 글쓰기를 한다면 그것이 틀렸을 경우에도 어떤 사고의 경로에서 오류가 발생했는지 선명한 반면교사가 되어 공적 논의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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