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앉아 있는 선생님, 굵직한 출판사에서 시집을 두 권이나 낸 시인. 서른이 넘어서야 글공부를 시작하고, 그때는 미친 듯이 책을 읽고 글을 썼다고 했다. 이제는 그만 해야지 한다는데, 얼마 전 내 글을 받고 나서 오늘은 말씀을 꺼내셨다.
선생님, 글을 계속 쓰고 싶다면, 힘들 정도까지 써보는 게 좋아요.
꼭 그렇게 안해도 되지만....
내 글이 부족하다는 건 내가 읽으면서도 느끼지만, 기꺼이 내 글을 평해주는 사람을 만나도 또 느끼게 된다. 예전에 한 편집자분으로부터 비슷한 말을 들었다. 이제 11월 25일이면, 어쨌든 매일 블로그 포스팅을 하나씩 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큰 발전은 없으나, 매일 자판을 두드리는 시간을 확보하기는 했다. 적어도 20분에서 40분.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아이패드를 허벅지에 올리고, 그것도 안되면 휴대폰을 들고 앉아서 몇 자라도 쓰기는 했다.
글을 쓰면서 힘들었던 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품질은 필요 없고, 일단 쓰자고 시작한 터라, 정말 품질에는 신경을 쓰지 않은 것처럼 되어 버렸다. 나는 내 서사를 말하고 내 서사를 기록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부족한 글을 되돌아보지는 못했었나 보다.
합평해보지 못했습니다.
글을 쓰면, 누구나 보는 자리에서 서로 평하고 그 평을 받아 들고 자기 글을 다시 봐야 하는데, 나는 그런 기회가 없다.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은 대개 검색으로 와서 글을 스캐닝하고 정보만 가져간다. 나를 알고 오는 분들은 좋은 말만 남기신다. 내가 써서 그냥 올려만 두는 블로그는 브런치는 합평의 공간이 아니다.
좀 힘들게, 선생님 몸을 써야, 정말 선생님 글이 나와요.
잘 모르겠지만 조금은 더 나를 몰아세워야 하나 싶다. 그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급히 반성 모드로 전환되어 바짝 몸을 움츠린다. 편한 글을 쓰는 것과 편하게 쓰는 것은 차이가 있고, 나는 편하게만 쓰고 있다.
선생님은 "한 대상을 파헤치며 쓰는 글"쓰기를 한번 해봐요. 그러면 많이 늘어요.
라고 하시는데, 일단 시키는대로 해보기로 결심한다. 1일 1포스팅의 약속을 지켜오며, 1년이 되면 어떤 변화를 주어야 할까 생각했는데, 무엇에 대해서든 쓰는 사람이 되는 것, 무엇에 대해 쓰던 결국 나에 대해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대상을 관찰한다는 말은 내 관점을 찾아내야 한다는 말이고, 관점을 찾아내면 나만의 글이 나오려나. 에라이, 오케이, 지화자. 일단 1년을 채우고 칼을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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