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책, 읽은 책, 읽을 책

한 권의 책에 대한 주인

타츠루 2022. 12. 18. 13:14



오랜만에 서점이다. 아들은 어제도 열이 났고, 오늘도 집에 있어야 한다. 딸과 함께 진주문고로 왔다. 딸은 책을 고르고 나서는, 학용품 코너에 가서 자기 용돈 2000원으로 채울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가리기 위해 바쁘다.

얼마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한 박스 샀지만, 그건 마치 싱크대에 가닥찬 음식물 쓰레기를 비우는 것처럼, 너무 장바구니에 오래 담긴 책들은 해소 해주는 일이다. 그 책을 다 읽지 못 했지만, 그 책들을 사야 했던 이유들은 제법 차갑게 식어버렸다. 다시 나를 끌어들이려면, 나는 우리집 책장 앞에서 책들을 대면하고 시간을 좀 보내야 한다.

서점에 와서 얼굴을 드러낸 책을 보다보면, 나 좀 데리고 가라는 책들이 있고. 잠시 서서, 자시 앉아서 읽은 그 맛이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이럴 때는 대뜸 계산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도 있다.

오늘은 싱싱한 혹은 신선한 끌림을 주는 책을 하나 읽으며 이건 꼭 사가야지 생각한다. 책을 많이 읽고 싶다면, 내 돈으로 서점을 차리고, 책 팔이는 걱정하지 않는 이상한 서점 주인이 되면 좋지 않을까. 서점 일을 하지 않으면서 서점에 머무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 저 책 흘끔 거리며, 책의 일부만 맛 보고 내려 놓기를 반복하는 사람. 그럼, 서점 주인보다 도서관장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충분한 돈과 적절한 공간과 무한정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겠다.

일단 한 권 사가는 것으로 한 권의 책에 있어서의 도서관장이 되는데 그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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