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우리를 안으로 안으로 가둬 버리고 있다. 가족이 아닌 사람과는 웬만해서는 만나지 말라고 하고 있다. 전염가능성이란 말은 우리를 위협하기에 충분하고 우리는 안으로 안으로 쪼그라 들어 마치 아파트라는 무거운 집을 짊어진 달팽이가 되어 옴짝달싹 못하고 집에 틀어 박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유지한채 밖으로 나간다. 실내는 절대 안된다. 그러니 밖으로 나간다. 코로나 덕분에 적어도 우리 가족은 바깥 공간을 다시 발견하고 있다. 아내는 사람 많은 곳은 가지 않는데, 그때 그곳이라함은 실내를 말한다. 실외라면 충분히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둘 수 있다.
작년 어린이날에는 그냥 집을 지켰다. 하지만 올해에는 그럴 수가 없다. 이제 그래서도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기를 꿈꾼다. 아마 평상시였다면, 어떤 실내로 갈까 생각했을 것이다. 워터파크는 어떨까, 어떤 놀이시설이 좋을까, 어디선가 체험활동이 있다는데…. 대개 그곳은 실내였다. 늘 사람이 북적거렸고, 줄서느라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줄서기 싫으면 돈을 더 내거나 인터넷으로 아주 빠르게 무엇이든 예약해야 했다.
오늘은 이전에 가본 적이 있는 원지로 갔다. 인터넷 지도에서의 이름은 원지고수부지공원이던데, 원지마을로도 검색해도 된다. 두물머리부터 시작해서 묵곡생태공원쪽으로 걸어갈 수 있다. 오늘은 겁외사에서 걸어놓은 등도 볼 수 있었다. 날씨는 쾌청했다. 어제의 비는 먼지를 치우고 찌든 구름을 걷어내느라 수고가 많았다. 때마침 강의 물도 불어서 물은 더 깨끗해졌다.
여러달 문을 닫았던 동네 김밥집에서 김밥이랑 쫄면을 사서 원지로 향했다. 30분이면 닿는 곳에 바람에 따라 박수를 치는 나무들의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었고, 우뢰와 같은 바람의 박수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차박을 준비하면서 이제는 늘 차에 싣고 다니는 접이식 의자를 펴고 우리는 앉았다. 내 모자를 날려버릴 만큼 바람이 심해서 차의 2열 좌석은 눕히고 아이들은 차 안에서 김밥을 먹게 했다. 햇볕이 너무 밝아 나는 썬글라스를 벗을 수가 없었다. 마스크를 계속 끼고 있으니 올 여름에 얼굴이 타는 일은 없겠다 싶었다.
배부르게 먹고, 묵곡생태공원을 향해 걸었다. 2킬로 채 안되는 거리지만, 데크길을 따라 걸으며 보게 되는 게 많다. 두물머리, 강에서 노니는 자라 무리, 떨어져 있는 도토리. 재래식 간이화장실이 있어서 어른들은 볼 일을 볼 수가 있지만, 그런 화장실을 일찍이 체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은 괴로워 하기도 했다.
걷고 돌아오며 나뭇잎을 줍고, 나뭇가지를 물을 향해 던진다.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바짓단을 끌어올리고 물 안으로 들어간다. “물 속이 보이는 데까지만 들어가야해.” 내 말을 듣기는 하는 건지. 아이들은 물로 들어가 거의 1시간 30분 넘게 놀았다. 아들은 뗏목을 만들겠다며 대나무를 옮겼다. 나는 준비해간 커피를 내렸다. 보온물병에 팔팔 끓인 물을 담아갔는데, 좀 식어있었다. 그래도 그 물로 커피를 내려 아이들을 바라보며 마신다. 풍광 덕분에 커피맛이 더 좋다.
코로나가 없어지면, 그것이 노멀normal이 될까. 글쎄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변해버린 것은 아닐까. 나는 사람들이 많은 실내공간을 싫어했는데, 거기에는 어떤 직관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사람들을 만나는 데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만나는 게 문제가 아닌가. 그 공간을 찾아 안으로 안으로, 좁은 틈으로 들어가는 게 문제가 아닐까.
인류는 과거에 걷고 달리는 족속이었다. 하지만 이제 웬만해서는 걷거나 달리지 않는다. 우리는 진화하고 있는 것일까 퇴화하고 있는 것일까?
코로나는 우리에게 너무 가까이 있지 말라하지 않고, 너무 실내에 있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 우리는 결국 만나야 하고, 이제 그 만남은 바깥이면 좋겠다. 나까지 아주 즐거운 어린이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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