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는 방해하는 것들.
근무 시간 중에는 학생들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면, 업무를 위한 기록이 아니라면 글을 쓰지 않는다. 그러니 글을 쓰려면 출근해서 근무시간이 시작되는 시간 40분 정도다. 나는 대개 일터에 7시 50분이 되기 전에 도착하고 30분부터 업무 시작이다. 커피를 한 잔 해야 하고, 잠시 멍때리다가 하루 동안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출근하는 동료들과 인사하고, 그러다 보면 시간이 지나가버린다. 아침 시간에 글을 쓰려고 한다면, 출근하자 마자 혼자 만의 공간으로 가서 글을 써야 한다. 아침은 나의 글쓰기를 방해한다.
퇴근을 하고 나면 대개 샤워를 하고 밥을 먹는다. 아이들이 깨어 있는 시간 동안은 아이들과 놀거나, 집안일을 조금 한다. 설겆이나 빨래. 틈틈히 책을 읽기는 하지만, 글은 도저히 틈틈히 쓸 수가 없다. 내 일상을 가득 채우는 집안 일과 가족이 내 글쓰기를 방해한다.
아이들이 자러 들어가면 나는 혼자 깨어 있다. 대개 9시부터 10시 30분 정도까지의 시간이다. 무언가 확인해 볼 게 있고, 그래서 휴대폰을 먼저 든다. 아이패드를 열어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어느샌가 유튜브를 보고 있다. 요며칠 유튜브를 하면서 그냥 1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이건 문제다.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을 보게 되는 것은 발견도 아니고 재미도 아니고 그냥 낭비다. 그냥 잠들 수는 없어서 글을 쓴다. 부랴부랴 쓰다보면 그저 주저리주저리만 된다.
생각이 없으면 글이 아니다. 주저리주저리 쓰다 보면, 생각 없이 쓰게 되기도 한다. 이것도 글인가 생각하다가, 별 읽어주는 이 없는 글이 무슨 소용인가 생각도 하다가, 이럴거면 그냥 그만 쓸까 생각한다. 공부하기 싫을 때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해 자꾸 생각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글을 쓰기 힘들 때 왜 글을 써야 하는가란 질문으로 도망친다. 이런 생각이 모두 나의 글쓰기를 방해한다.
내일은 어린이날인데, 날씨가 맑아야 할텐데. 날씨가 또 갑자기 좋아지면 무엇을 해야 하나. 어디를 가볼까, 무엇을 먹어볼까. 목요일에 출근하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내 마음은 한 시도, 지금, 이 순간에 머물지 못한다. 이렇게 이 생각 저 생각 돌아다니는 내 마음이 나의 글쓰기를 방해한다.
이 걱정과 생각들이 모두 사라지면, 그렇다면 나는 과연 글을 쓸 수 있을 것인가? 그것들이 다 사라지면 무엇에 대해 글을 쓰겠나. 나를 지나가는 생각들은 노트북 앞에 불러 앉혀놓고 쓰면 된다. 답은 하나다. 써야지 못 쓰는 일이 없어진다. 오늘 같은 글이 대표적인 주저리주저리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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