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

축제 : 어른들이 너희들에게 해줘야할 일

타츠루 2010. 12. 3. 22:24














오늘은 우리 학교의 축제 공연날이었습니다. 며칠전부터, 아니 몇주전부터 담당선생님은 이것저것 계획하고, 준비하느라 바빴고,
아이들도 틈틈히 연습을 시작한 것 같았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무대에 오를 수가 없으니, 각 반 공연은 하되, 그룹별 공연은 오디션을 통해서, 몇 팀을 또 선별했죠.


저도 아이들에게 어떤 선물이 될까해서 축제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혼자 노래 1절을 준비하고, 다른 선생님 두분과 세
명이서 이승기와 김연아가 부른 노래를 준비했습니다. 준비라고 해봤자 몇 번 같이 노래 불러보며, 어떤 동작을 취할지 정도만
얘기 했네요. 그리고 1부 반별 무대를 보는 데, 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냥 공부만 하고, 그 스트레스에 힘들어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마음대로 확 풀어져서, 교실에서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소리지르며 즐기는 것을 보니 너무 좋더군요. 꽁트도 있었고, 합창도 있었고, 퍼포먼스라 할만한 율동도 있었고,
짧은 뮤지컬도 있었습니다.

그 1부 행사를 보고, 많이 연습을 하지 못한 제가 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이런 멋진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다니.

저를 포함한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주어야 할 게 바로 이런 기회다 싶은 생각이 다시 한번 들더군요. 우리 아이들에게 축제의 장을
마련해주는 거죠. 외부와의 업무를 조율하고, 순서를 계획하고, 그리고 그 과정에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이요. 사실
아이들에게 맡기고, 어른들이 도와주기만 해도, 아이들은 완벽한 축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처럼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고, 소리지르고 이러한 축제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에게 삶을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어른들이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진로를 다잡고 있지만, 되려 어른들만의
생각으로 가득찬 교육과정으로 아이들의 의지를 꺽거나, 그들에게 어려움을 줘서는 안되겠습니다. 아이들은 힘들다 힘들다 말하긴
하지만, 모두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애씁니다. 물론 그 과정을 괴롭다 느끼고, 정말 그 괴로움에 일탈을 하는
학생이 있기도 하지만,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눈물이 날만큼 감사합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기도 했구요.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축제를 선물할까 생각합니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수업을 축제로 만들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정확히 알고, 더 쉽고 빠르게 안내할 수 있도록 해야 겠죠. 아이들이 기꺼이 즐기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줘야 겠지요.

우리 아이들은 모두 차별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능력, 외모, 학부모의 직위, 지위, 소득, 살고 있는 지역 등등 때문에
말이죠. 아이들을 차별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이 세상이죠. 세상은 어차피 혹독하고, 매정한 곳이다. 경쟁에서 이겨야
성공할 수 있다라는 가치만 아이들에게 주입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성공은 한 사람이 정의할 수 없고, 그 성공이란
것이 '행복'과 맞닿아 있지 않다면, 정말 허무한 것이 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은 축제로 만들 수 있도록 해야죠. 힘든 시간을
견디며 무대를 준비하고, 연습을 하고, 리허설을 하고, 다시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올라 실수를 하기도 하고, 아쉬워 눈물
흘리기도 하고, 또 그만큼 자라고. 아이들은 그렇게 커가고, 그 과정이 행복하다면, 어떤 결과가 주어지더라도 다음 더 행복한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제 아이에게도 축제같은 인생을 주고 싶습니다. 축제같은 인생을 주지 못하겠지만, 가정에서 즐거움을 먼저 찾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즐거움을 찾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내 수업 시간 동안 즐겁길 바랍니다.


오늘은 별 생각도 없이, 글을 써내려 왔네요.
월요일이 되어, 아이들 교실에 들어가면, 큰 인사하고 싶습니다. 고맙다 라고도 말하고 싶네요. 선생님도 열심히 할께.


나의 iPhone에서 보냄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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