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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조커: 폴리 아 되

오랜만에 혼자 영화관

오랜만에 혼자 영화관에 갔다. 브롬톤을 타고 가고 싶었으나, 아내에게 받은 심부름 꺼리가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로 갔다. 학생들은 많이 쉬는 날(10월 4일 재량휴업일인 학교가 많다)이지만, 직장인들은 많이 일하러 간 모양이다. 100명 정도 밖에 안 들어가는 상영관이긴 하지만, 나를 포함해서 10명 정도 밖에 없었다. 10시 50분 시작인 영화라 집에서 방울토마토를 오븐에 굽고(?), 삶은 계란을 넣어 샐러드를 준비해 갔다. 물론 영화가 끝나고 먹었다. 혼자 가장 좋아하는 C열에 앉아 있는데, 옆으로 아무도 오지 않아서 더 좋았다.

사진 같은 이미지

영화는 볼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너무나 볼품 없이 말랐고 어깨가 앞쪽으로 말려 있었던 것. 그의 기이한 삶처럼 한쪽 어깨가 안으로 굽어 있어 어딘가에 진짜 아서 플렉이 있다면 그런 모습일 것 같았다. 영화의 극초반에 등장하는 신에서는 단연 그의 신체가 눈에 띄었다.

다른 한 장면도 초반이다. 아서 플렉이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 간다. 관리동에서 접견을 위한 공간으로 이동하는 데 외부 통로를 따라 간다. 마침 비가 오고 간수 4명은 우산을 쓰고 있다. 아서 플렉이 비를 보며 고개를 들고 비를 맞으며 음미한다. 분면 간수 4명의 우산이 검은색이었는데, 아서 플렉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을 때, 노랑, 파랑, 빨강 우산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시 카메라 앵글이 바뀌고 우산은 검정색이 된다. 이것은 어떤 은유였을까? 조커가 분장을 할 때 쓰는 색이 들어가 있던 이유가 있을까?

하고 찾아보니, 조커의 의상에 들어가는 색과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https://screenrant.com/x-easter-eggs-references-in-joker-folie-deuxs-first-trailer/

뮤지컬 같은 음악과 노래, 레이디 가가

아서는 소피에게 의지하고 그녀의 사랑을 갈구한다. 그리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다.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고 노래하기도 한다. 두 배우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호아킨 피닉스의 노래도 참 듣기 좋았다. 애플뮤직에서 Joker 2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들으면서 영화를 다시 생각해 봤다. 마치 레미제라블을 보는 것처럼, 음악과 노래가 계속 나온다. 노래가 나오는 만큼 레이디 가가의 비중은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이미 'Star is Born'에서 그녀의 연기와 노래를 보았지만, 이번 조커에서는 조커를 정신적으로 지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데다가 노래 실력도 너무 뛰어나 그녀의 비중이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 영화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노래를 듣는 것으로 보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팬덤의 희생자

아서 플렉이 조커라는 존재를 포기하고, 내가 5명을 죽이고, 내 어머니도 죽였다 라고 하자 팬들이 떠난다. 물론 와중에 법원에 차량 폭탄테러가 일어나면서 유죄 평결을 받았음에도 잠시 자유를 맛보게 되지만, 그는 결국 팬덤을 잃고 자신의 존재의 근간을 다시 잃게 된다. 소피는 떠나고. 아서가 조커 분장을 벗고 형을 언도 받을 때, 적어도 아서의 입장에서는 삶이 한 단계 나아가는 느낌이었다. 다중인격으로 스스로를 분리하지 않고 살인죄에 대한 책임을 아서에게 지움으로써 아서는 자기 안에서 평화를 찾을 방법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는 평화롭게 살아가지는 못한다.

사랑, 사랑, 사랑

아서가 소피의 사랑 고백에 금방 넘어가 버릴 때, 그녀가 했던 말들이 거짓이었음을 알고서도 그녀의 말에 의지할 때. 아서가 '이제 살아갈 이유가 있으며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노래 할 때, 조커는 없었다. 악인으로서의 조커가 아니라, 아서의 괴로움을 공감하게 되었다.

조커의 탄생

위에서 언급한 글처럼, 배트맨이나 조커에 대한 코믹스를 읽어온 사람들이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코믹스와 다른 부분이 있겠지만, 배트맨이나 조커의 더 다양한 면모가 나왔던 것은 아닌가 싶다. 시간을 내서 다시 Darknight 를 봐야 겠다.

한번 더 봐도 좋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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