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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일기를 계속 쓰고, 돌아볼 수 있는 방법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고, 매일 쓰고 있다. 일기를 매일 쓰면서 매일 블로그에 글을 하나씩 올리던 때도 있었다.(한 1년 매일 글을 쓴 적이 있다. 다시 해보려고 한다.)

수첩에 기록하고, 메모하던 일은 늘 하던 일이었고, 나는 늘 어떻게 효과적으로 메모할 것인가? 를 고민하면서 기록했다. 일기를 쓰더라도 듬성듬성 이가 빠지던 때가 있었다.

언제부터 매일 쓰게 되었나

2022년 6월 22일 조경국 작가님을 모시고 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 제목은 '인생이 재미없고 우울하다면 일기를'이었다. 작가님의 깔끔한 글씨와 선한 인상, 담백한 말씀까지 다 좋았다. 그날부터 매일 일기 쓰기로 결심을 했고, 그래도 몇 번 빼먹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올해 세번째 일기장을 시작하면서

어디에 무엇으로 쓰고 있나

조경국 작가님이 써온 일기장들을 모와서 찍은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한 해 한 권씩 썼다던 몰스킨 하드커버 노트 몇 년치를 모아두고 찍은 사진이었다. 나도 그 노트를 사서 써보았다. 가격이 비싸서 좀 부담은 됐지만, 작아서 일기로 채우기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서는 지금의 노트에 정착했다.

로이텀 미디엄 노트(소프트 커버, 도트)

만년필 사용에 좋고, 하드 커버가 아니지만, 페이지 넘김이 좋다. 한 세 달 쓸 수 있는 양이라서 무겁지도 않다. 노트 하나가 너무 무겁거나 두꺼우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여행 갈 때도 부담 없이 가지고 갈 수 있는 크기다.

쓰고 있는 만년필은
라미 사파리, 트위스비, 홍미안.
다 저렴한 라인이다. 나는 세필을 좋아하고 되도록 EF닙으로 된 걸 사용한다. 사각거리는 게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언제 쓰나

퇴근하고 집에 가서 씻고 살림 좀 거들다 보면 곧 아이들을 재울 시간이 된다. 되도록 일기는 8시 30분에는 쓰려고 한다. 딸에게 책을 읽어주고 재우는 시간이 9시다. 일기를 쓰는 데는 대개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미룰 만큼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잠깐 그 시간을 놓치면 일기를 쓰지 않기 십상이다. 아이들에게도 일기 쓰는 시간이라 이야기하면 기다려 줄 때가 있다. 방해하지 않는다. 아들은 나를 따라 제법 일기를 쓴 적이 있었으나, 딸은 아직 숙제로만 일기를 쓴다.

여행을 가는 데 짐이 많아서(얼마나 많길래) 혹은 일기장을 펼치고 혼자 앉을 시간이나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아이패드나 북스 Boox 에어노트에 쓴다. 그리고 나중에 집으로 돌아오면 일기에 옮겨 쓴다.

지난 일기를 다시 보면서

다시 읽어 보기

일기를 쓰지만, 다시 보게 되지 않는다. 날짜 스탬프를 사서 대개는 날짜를 이쁘게 도장으로 먼저 찍어둔다. 그리고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일을 쓰는데, 대개 시간의 역순으로 쓴다. 기억이 더 잘 나기 때문에 그렇게 쓴다. 사실을 쓰고 나면, 거기에 대한 내 기분이나 의견도 덧붙인다.

그리고 요즘에는 그날 하루 느꼈던 감정 중 가장 강력했던 감정을 생각하고 그에 대해서 쓴다. 이는 [[비폭력대화]] 에서 힌트를 얻은 것인데, 따로 감정 노트를 쓰기도 하지만, 내 감정을 살피고, 그 뒤에 숨겨진 욕구와 가치를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감정을 털어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 욕구와 연결함으로써 자기 위안이 된다.

되도록이면 한 2주 정도 지나는 시점에 앞으로 가서 읽기를 빠르게 다시 읽어 본다. 그리고 일기에 제목을 쓴다. 하루에 한 가지 사건에 대해 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제목이라기보다는 소재를 나열하는 식으로 쓸 때도 많다. 그래도 그런 시간을 가지기 때문에 일기를 다시 읽어볼 수 있다.

나 죽거든

일기는 결국 남게 되겠지. 내 육체가 세상에서 사라지면 이 일기는 어떻게 될까. 나의 일기이지만, 남겨지면 처리할 사람이 알아서 하면 되지 않을까. 버릴 수도 있고, 몇 장 넘겨볼지도 모른다.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이사하면서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내 안에서 출발한 생각이지만, 한 권의 일기로 남는다면, 내 마음대로 결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쓰고 쓰면서 내 삶의 한 동반자로 삼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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