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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제일 마음 편한 스승의 날

Photo by Teslariu Mihai on Unsplash

제일 마음 편한 스승의 날은 학교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에 스승의 날이 있을 때다. 나는 스승의 날이라고 존경받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교사들도 마찬가지 일거라고 감히 확신한다.

스승의 날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나는 누군가의 스승인가?' 라고 질문을 해보게 된다. 하지만, 그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미 헤어진 지 오래된 제자들로부터 연락이 오면, 매우 감사한 마음이 된다. 오랜 시간 누군가의 마음에 남아 있었다는 점에서 내가 그 사람에게 분명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겠구나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교사는 반드시 스승일 필요가 없고, 그럴 수도 없다. 교사가 아무리 무언가를 가르치려 한다고 하더라도, 스승은 직업인인 교사와 동일한 대상은 아니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최선에 가까운 노력을 하려고 애쓰지만, 당장의 존경이나 감사를 받으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만, 반드시 교사로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교사가 가르치고자 의도한 것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학교가 아닌 곳에서 더 많이 배우고, 교사가 아닌 사람에게서 많이 배우고, 누군가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 아닌 것들을 더 많이 배웠다.

그래서, 올해처럼 토요일이 스승의 날인 해가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을 위해서 뭐라도 준비해야 하나? 라고 생각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좋다.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내 인생의 지표가 되어준 스승에 대해 생각한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분도 있고, 오랫 동안 뵙지 못한 분도 있다. 그 분들은 모두 '언행일치'가 무엇인지 내게 몸소 보여주셨다. 그리고 말과 행동이 같은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려주셨다.

나이가 들수록 말을 줄여야 하는 이유는, 말이 많으면 그 말만큼 행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말을 적게 하더라도, 그 적은 말 만큼 행동하는 것도 어렵다. 나이를 먹어감에도 섣부른 말이 많다면, 그 사람의 행동도 신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줄이고 더 많이 행동하기가 어렵다. 나이 먹는다고 사람은 성장하는 게 아니라 그렇다. 시간이 지난다고 나무의 키가 자라는 게 아닌 것처럼, 시간이 지난다고 사람이 성장하지는 않는다.

감사하다며 보고 싶다는 꽤 오랜 제자의 문자를 받았다. 그런 문자를 받을 때마다, 반성하게 된다. 그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지금의 나의 모습은 얼마나 맞닿아 있을까. 가끔 과대평가 받는 것 같은데, 자주 겸연쩍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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