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명 정도 되는 선생님들이 함께 쓰는 교무실에서 가끔 헤드폰을 낀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있어서, 제법 다른 소리를 감춰준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나와 관련 없는 이야기란 별로 없다. 본래 호기심이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 스타일이라 새로운 것, 흥미롭게 생각되는 것에 나는 쉽게 정신이 팔린다. 예전에는 자주 멀티태스킹을 했고, 그래서 일처리도 오래 걸리는 편이었다. 그래서 집중이 안될 때는 일부러 헤드폰을 낀다.
사람들은 노동요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사람들이 추천하는 음악을 들어본 적도 있다. 제법 열심히 들었던 건, Daft Punk 의 음악이었던 것 같다. 좋은 음악이 많지만, 아주 집중이 잘 되게 해주는 음악은 아니다.
요즘에는 주로 Cinema Paradiso OST를 듣는다. 이 앨범은 아주 오랫동안 나의 노동요 다. 고등학교 때, 다락방에서 공부하면서 카세트 플레이어에 이 앨범을 넣고 앞 뒤로 돌아가는 동안 공부를 하곤 했다. 공부가 잘 될 때는 앞뒤로 여러번 돌려가며 공부를 하기도 했다. A면과 B면을 돌아봐야 한 시간이다. 늦은 밤, 작은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서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무엇에든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네마 천국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너무 유명한 명작은 손이 가질 않는다. 삐딱한 고집일 수도 있고, 결국 명작이란 언젠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분도 든다. 누구나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호기심이 많다는 것처럼 썼었는데, 남들에게 전했을 때, 아는 체 할 만한 것들에만 내 호기심도 발동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 부끄러워 진다.
그래도 이번 주말에는 저 영화를 봐야지. 음악에 신세를 많이 졌으니, 영화를 봐서 좀 갚아야 겠다.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 장면이 떠올라 집중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지레 걱정을 한다. 그래도 이 음악은 오래오래 내 노동요가 될 것 같다.
물론, 노동요 따위 필요없이, 잠깐 집중하면 해야 할 일을 다 처리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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