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7 - [일상사/그냥'글'] - 매일 글쓰기 위해서 매일 자전거를 탑니다
2021.05.04 - [일상사/그냥'글'] - 나의 글쓰기를 방해하는 것들
우리의 주의력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글쓰기의 어려움은 이것이 아닐까. Youtube를 한다고 해보자, (물론, Youtube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Youtube'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나의 영상을 선택하고 '흥미'가 있으면 계속해서 본다. 재미없는 내용이 나오면, 영상을 빠르게 놀리거나 중간 부분은 뛰어넘는다. 아니면 다른 영상으로 넘어간다. Youtube라는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어떤 행동을 지속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재미만 찾아다니기 때문에 Youtube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주 쉽고 편하다.
책 읽기도 Youtube를 하듯이 할 수 있다. 도서관은 Youtube앱이라 생각하자. 돌아다니면서 기웃거리며, 재미있어 보이는 책만 뒤적일 수 있다. 앉아서 조금 보다가 재미가 없으면 꽂아두고 다른 책을 꺼내어 볼 수도 있다. 여러 권을 쌓아두고, 표지만 보고 다시 꽂아두는 것도 가능하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일이 가능하다. (물론, 도서관까지 일단 가야 하지만)
글쓰기는 어떠한가? 하얀 백지를 펴놓거나, 하얀 스크린을 보고 채워가야 한다. 내 머릿 속에 있는 것으로 일단 한 문장을 시작하고, 다음 문장을 채워 가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간다. 그림을 보는 것보다 그리는 게 더 수고가 많이 드는 것처럼, 글을 읽는 데 보다 글을 쓰는 데 더 많은 수고가 들어간다. 그렇게 더 많은 수고를 해야 하는데, 간신히 한 문장을 쓰고 나면, 다음 빈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글쓰기의 어려움을 한 문장을 쓸 때마다 재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데 있다. 이 재미없는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유가 충분하면 다른 유혹을 뿌리치고 우리의 주의집중력을 잠시 동안이라도 글쓰기에 투입할 수 있을까?
어려움 그 자체에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글에 대한 첫 독자가 나라는 점에서 글쓰기는 여전히 읽는 즐거움을 준다. 내가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기는 하다. 쓰고 나서 바로 읽을 필요는 없다. 쓰고 나서 며칠 지나야 새로운 글을 읽는 느낌이 든다. 마치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듯 오늘 글을 쓰고 나면, 사진을 현상하듯 필름을 다 쓴 후에 읽어봐야 한다. 그저 며칠 뒤로 시간을 잡자. 그리고 현상의 과정에서 다듬고 손보고 나서, 인화를 할 수 있다. 현상의 과정에서든 인화의 과정에서든 우리는 지금 쓴 글을 나중에 읽는 것이 좋다.
글쓰기의 어려움으로 다리 돌아가면,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점에 있다고 했다. 내가 자리에 앉아서 오로지 나의 힘으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은 쉽게 가능하지 않다. 작은 가구를 만들려고 해도 나무가 필요하고, 공구가 필요하다. 자르고 붙이고 칠하는 과정이 모두 필요하다. 만들어 놓고 봐도 좋을 만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은 거의 없을 수도 있다. 형태를 가지는 것을 만드는 일이란 더 어렵다. 글은 쓰는 순간 새로울 수 밖에 없다. 혹시나 자신이 글이 진부한 것 같더라도, 어디서 본 것을 모아둔 것 같더라도, 특정 시간에 특정 문맥에서 그렇게 모인 단어들의 조합은 새로운 것이다.
만들어가는 노력과 수고는 완성된 대상이 완벽할 때만을 기대하지 않는다. 가마에서 나온 도자기를 깨어 부수는 장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완성한 것을 부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무언가 완성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바닷가 파도 근처에서 쌓는 모래성은 그래서 더 재미있지 않은가. 영원히 지속될 것을 만든다면, 모래 한 줌도 쌓기에 겁이 날지도 모른다. 완성된 모래성이 썰물이 되면서 무너지기도 하고, 잠깐의 큰 파도 때문에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만든 모래성은 거기 있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내가 글을 쓰고, 일단 끝까지 생각을 밀어붙여 완성된 혹은 미완성된 글은 그 자체로 존재한다. 내 마음속에 완료된 과업을 하나씩 남겨둔다. 원한다면 두었다가 다시 꺼내볼 수도 있다.
처음 만들어 보는 모래성은 그 모양새가 대개 엇비슷하지 않을까. 실험하고 무너뜨리고, 다시 쌓아 보는 과정에서 더욱 우리만의 모래성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계속 쌓아 보기만 한다면. 계속을 글을 쓰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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