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커피를 제법 열심히 내려 마셨다. 시간이 좀 나면, 콩을 갈고 필터를 준비하고 물을 준비해서 정성스럽게 핸드드립을 해서 마셨다. 늘 4~5인분 정도를 준비해서 나눠 마셨다. 특히나 내 커피를 즐기는 2명 정도의 선생님이 있어서 좋은 커피 친구가 되었다.
올해에는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져서 커피를 조용히 앉아 마실 여유가 없다. 학교에 커피 머신이 있기는 한데, 맛이 정말 별루다. 그래서 집에 있던 에어로프레스를 가지고 갔다. 주말마다 이런 저런 방법으로 해마시면서 이제는 무엇으로 커피를 추출하든, 내가 내린 건 다 먹을 만 하다. 조용하고 여유롭게 커피를 내릴 여유는 사라졌지만, 내 책상에서 혼자서라도 커피를 즐길 수는 있어서 참 다행이다. (잠깐, 예전 학교와 그 커피 멤버를 그리워하며..)
커피의 추출 원리는 일단 다 같다. 로스팅된 커피를 분쇄해서, 뜨거운 물을 붓고, 커피가 가진 다양한 향과 맛이 나오길 기다렸다가 종이필터나 그 외 필터를 이용해서 추출된 커피만 받아서 마신다. 종이 필터의 경우, ‘기름진 맛’을 잡아내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깔끔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종이필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개 핸드드립이다. 요즘에는 종이필터없이 여러번 재사용 할 수 있는 스덴필터가 있는데, 이건 핸드드립이라고 하더라도 종이가 아니라 분명 맛이 많이 차이가 있을 것이다. 에어로프레스도 작은 종이 필터를 사용한다.
종이필터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아주 유명한 추출기구는 **프렌치 프레스**다. 원리로 보자면 에어로프레스와 굉장히 비슷하다. 커피를 아주 성글게 갈아서 넣고 물을 붓고, 스덴으로된 필터를 위에서 눌러서 커피원두는 아래에 가두고, 위에 추출된 커피를 마신다. 프렌치프레스는 원두마다 차이가 날 수가 있지만, ‘기름진 맛’이 많이 느껴질 수가 있다.
커피원두에 뜨거운 물을 붓고 시간을 가지고 커피를 내리거나 추출하는 이유는 커피 안에서 추출해야 할 성분 중에 물에 빨리 녹아 나오는 게 있고, 약간 더 시간이 걸리는 게 있기 때문이다. 에어로프레스의 경우에는 물을 붓고, 저어주고, 기다린다. 프렌치 프레스도 마찬가지다. 그러고 나면 필터를 대고 위에서 아래로 눌러서 커피를 추출한다.
핸드드립처럼 세 번 정도에 걸쳐서 물을 천천히 부어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절약된다. 분명 맛의 차이도 있겠지만, 에어로프레스로 커피를 내리면 5분이면 한 잔의 커피를 준비할 수가 있다. 에어프레스의 경우 용량이 한 종류라 여러 사람이 마실 커피를 준비하기는 어렵다. 여러 사람이 마실 커피를 한 번에 준비하기를 원한다면 **클레바**가 좋은 선택이다.
요즘에는 대개 내가 있는 교무실에 1등으로 도착한다. 불을 켜고, 환기를 시키고, 일단 커피포트에물을 가득 넣고 끓인다. 컴퓨터 전원을 켜고, 부팅 비밀번호를 넣고, 컴퓨터가 켜지는 사이에 커피를 준비한다. 저울도 없어서 대강의 양을 핸드밀에 넣고 원두를 갈아서 에어로프레스로 커피를 준비한다. 올해 혼자서 즐기는 커피지만, 기분을 내보려고 **킨토**에서 나온 커피 머그를 하나 구입했다. 커피머그가 마음에 들어서 마실 때마다 기분이 좋다. 하얀 커피 머그에 커피가 조금 묻으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여유는 누가 주는 게 아니라, 부려야 한다. 이 **부린다**는 말이 재미있다. 대개 어떤 것을 손쉽게, 내 마음대로 다룬다 라는 의미로 **부린다**를 쓰지 않던다. 여유라는 것도 내가 누리고 부려야 그 실체가 드러나는 것 같다. 여유가 여유있게 있어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라, 틈틈이 찾아서 누려야 하는 것.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아직도 이곳에서 나는 여유가 없다. 여유를 부릴 여유도 없다. **너무 열심히** 하려고 애쓰면 지칠 수가 있는데, 조심조심하면서 해야 한다. 앞으로도 당분간 내 마음대로 **부릴 여유** 따위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여유’ 눈치 보면서 ‘여유’를 찾아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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