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는 편지를 써야 하는거야
고등학교 국어시간.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부모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고는 했다. 그때 부모님에게 어떤 내용의 편지를 썼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희미하지만, 매일 만나는 부모님에게 편지를 쓰려니 이상하다, 이런 건 그냥 안 써도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 기억을 갖고 있으니 오늘 같은 날에는 엄마와 아빠에게 미안해 진다. 생일날에도 부모님에게 편지를 쓰고는 했다. 나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편지를 쓰고 엄마와 아빠와 함께 살았으니, 지금보다 그때 나는 더 좋은 아들이 아니었나 싶다.
나도 내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며 부모됨에 대해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부모님이 해주신 것들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나에게 화를 낼 수 있었는데도 내지 않으신 점, 짜쯩날 만도 했을텐데 그러지 않으셨던 점. 매일 출근하고 돈버느라 너무나 힘들었을텐데도 별다른 내색 하지 않으셨던 점. 나는 도대체 부모님이 했던 만큼 해낼 자신이 없다. 그저 부모님보다 좀 더 잘 풀리는 인생을 좀 쉽게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Photo by chay tessari on Unsplash
엄마, 아빠.
낳아줘서 고마워. 한창 자랄 때는 그냥 내가 내 힘으로 자라는 줄 알았어. 내가 잘나서 좋은 성적 받고, 내가 잘 해서 인기 있는 줄 알았어요. 가끔 그리고 자주 내 부모님이 더 좋은 직업을 갖고 더 돈도 많은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미안해요. 어린 나였지만,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미안해요.
엄마와 아빠가 오래 건강하게 살면 좋겠어요. 작년이나 올해처럼 자주 보지 못한다면,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지는 것 같아 아쉽고 아쉬워요. 한 달에 한번을 본다고 해도 일년에 12번 밖에 못 보는데, 코로나 오기 전에도 한 달에 한 번을 보지도 못했죠. 작년과 올해를 통틀어서는 10번도 보지 못했네요.
보지는 못해도 보고 싶어 하고 있어요. 내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씨앗을 품게 해줘서 고마워요. 모두 엄마, 아빠 덕분이에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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