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학급이야기

얼굴 익히기 - 긴장과 이완

타츠루 2021. 3. 25. 20:26


늘 비슷한 시간(아침 7시부터 7시 45분 사이) 자전거를 타고 남강 자전거길을 달리다 보니 마주치는 사람들의 (마스크 쓴) 얼굴이 낯익다. 거의 매일 마주치는 분들은

-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타는 20대 후반의 남성. 핼멧을 쓰지 않고 장갑도 없음.
- 생활형MTB 자전거를 타는 50대 여성. 검은 마스크를 하고 늘 같은 후드잠바를 입고 후드를 머리에 쓰고 리어렉에는 플라스틱 우유박스 비슷한 것 안에 어떤 짐을 싣고 달림.
- 음악크게 틀고 걷는 50대 중후반 남성.


혁신에 거의 다 오면
- 배터리팩이 리어렉에 달려 있는 전기자전거를 타는 70대 남성
-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고등학교 여학생

오늘은 처음 본 분인데 나도 모르게 인사를 해버렸다. 금산교 넘어가는 길 사거리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자전거 타고 출근을 하는데, 금산교 공사 때문에 다리 아래 자전거 길이 막힌 것은 몰랐다고. 공군사령부로 간다고 하셨다.

사람은 자주보는 것만으로도 익숙해진다. 영어에는 familiar 라는 단어가 있는데 그 단어가 ‘낯익은’에 가깝다. aquainted 도 있지만 생긴게 딱 어려워 보이는 단어라 대개 사람들이 어려워함. 말 없이 인사만 할 때, 우리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지 않나 싶다. 보이는 것만 보고 보이는 것 너머를 판단하지 않으니까.

자주 보게 되고 말을 하기 되면 우리는 더 가까워지기도 하고 더 멀어지기도 한다.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 멀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라니.

학생들을 일주일 보고, 일주일 안 보니, 고무줄을 당겼다 놓았다 하는 것처럼 긴장과 이완이 반복된다. 이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는데, 익숙해 진다. 그리고 익숙해질까봐 걱정이다.

내일은 교실을 청소해야지. 출근길에 보는 사람들보다 분명 내게 더 소중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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