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실수 따위는 당연한 삶, 새해를 맞는 올바른 자세

타츠루 2024. 1. 1. 22:28

커피 내리다 실수
실패 따위 당연한 삶

시해를 보며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어제 2023년도 마무리 하는 글을 혼자 써보면서 나는 나를 칭찬할 방법을 찾고 있다. 나를 칭찬하기 보다는 지난 일에 대한 반성*으로 나 자신을 주눅들 게 한 적이 많았다. 새해가 되면 설레이기는 하지만, 이내 *그렇다고 올 해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하고 나에게 나부터 시비를 걸 때가 있다.

설레는 마음은 걱정되는 마음과 거의 같다. 해보지 않은 일을 맡게 되었을 때 그렇다. 내가 바라는 대로 무언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설레임은, 내가 하기 때문에 일이 틀어질 것 같은 기분과 마주 손 잡고 나타난다. 설레임이나 걱정과는 별게로 결국 일이 되게 하려면 나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이때 걱정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험공부를 잘 하려면, 시험이 되기 전에 적당히 긴장해야 하고 시험이 다가와도 심장이 나대는 걸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일이란 게 그렇다.

분명 올해에는 또 새로운 일을 하게 될 것이라 내 마음은 설레임반, 걱정반을 담아두고 어떤 기분이 내 마음을 지배하게 될 지 흔들흔들 할 것이다. 교사에게 새해보다는 새학년도가 더 강력한 자극이고 더 분명한 시작이다. 새학년도가 다가오면 긴장감도 높아지리라.

나는 매번 실패하지 않을 뿐더러 고만고만한 능력으로 이제껏 잘 견뎌왔다. 인생은 늘 균형잡기로 스스로를 외줄타는 사람으로 생각할 지 모른다. 한 발만 잘못 디뎌도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하지만, 삶은 외줄이 아니다. 국민학교 시절 모래밭 가장자리에 폐타이어가 박혀 있었다. 친구들은 혼자서 혹은 친구의 손을 잡고 모래밭에 떨어지지 않고 타이어를 따라 한 바퀴 돌기를 연습하고는 했다. 삶은 모래팥 옆 타이어 다리를 건너는 것 같다. 잘못해서 떨어져도 나락까지는 가지 않는다. (범죄 등등은 논외로 하자.)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은 내가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날 놀릴 준비만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의 인생에서 늘 서사의 중심은 나지만, 우주에서 나는 티끌 같다. 실컷 실패해도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실패를 겁낼 이유가 없다. (아, 뭐 거창하게 실패해본 적도 없다.)

오늘 새로산 책 중에 위근우 작가가 쓴 책을 읽는데, 대략 '고만고만한 재능으로 아등바등 살다보니 글쓰는 삶을 살고 있다'는 저자의 글이 와닿았다. 교사로, 아빠로, 남편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약간의 재능이 내게 있었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 스스로는 나만의 경향성을 생각하고 느끼면서 하루를 한 달을 일년을 보내왔다. 별 탈 없이 먹고 사는 것 또한 그러한 삶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실수하고 실패한다고 해도, 그건 자연스럽다. 한나 아렌트는 한 인간의 탄생과 함께 시작이 가능하다고 했다. 내가 태어남으로써 모든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이 열렸다. 그런 점에서 늘 내 서사를 나 중심으로 가져가도 나쁠 게 없다. 한 해의 시작을 멋지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마디마디 분명한 삶을 기획하고 있다. 훌륭히 잘 해내고 있다. 오늘 실수하더라도 내일은 웃으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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