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태에 대한 학생들의 과잉일반화(overgeneralization)
영어문법 지도와 관련해서 학생들에게서 쉽게 관찰되는 현상이 과잉일반화이다. 하나의 규칙을 배우면, 그 규칙을 사용해야 하지 않을 상황에까지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는 모국어를 학습하는 유아에게서도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사에 (e)s가 붙어서 복수를 만드는데, 이때 가장한 발음은 /s/, /z/, /iz/ 등 다양하다. 헌데, es로 끝나는 모든 단어를 /iz/로 발음하는 경우도 그런 일반화가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요즘 고등학교 1학년에게 수동태를 가르치고 있다. 수동태를 언제 쓰는지?(맥락, 기능), 어떻게(형태) 쓰는지? 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우선 주어진 동사를 be동사 + 과거분사 형태로 바꾸는 '형태'에만 집중하는 문제를 푼다. 그리고 주어가 이야기의 초점이 되는 여러 개의 문장을 가져와서 능동태인 문장을 수동태로 바꾸는 문제를 연습한다. 그 다음에는 의문문, 조동사와 같이 쓰인 수동태, 목적어가 두 개인 수동태 등 여러가지 형태의 수동태를 쓰는 연습을 한다. 최종 목표는 자신의 생각을 수동태로 표현하는 것이다.
나에게 의미있는 것을 소재로, 그에 대해 소개하는 문장 세 개 정도를 수동태로 써보도록 했다. 오늘 한 반의 수업이 끝났고, 학생들에게도 반복되는 어법상 에러가 보였다. 그 현상은 과잉일반화라 할 수 있겠다.
모든 동사가 수동태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능동태에서 목적어를 가지는 동사가 그 목적어를 주어로 하는 수동태로 바뀔 수 있다. 그런데, 이때 동사 뒤에 명사가 온다고 해서, 모두 같은 목적어가 될 수는 없다. 수동태로 바꿀 수 있으려면, 목적어는 동사에게 당하는 대상이어야 한다. 이런 동사들은 그 목적어에 '변화'를 가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은 동사+목적어 구조가 가능한 문장은 모두 목적어를 주어로 사용하는 수동태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모양새는 수동태처럼 보이긴 하지만, 어법상 적절하지 않은 문장이 된다.
학생들이 쓴 문장
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동사를 다양하게 분류하여 이해시킬 것이 아니라, 해당 동사가 목적어에 대해 가지는 의미가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해 설명하는 게 좋겠다.
정리하면, 수동태로 바꾸기 좋은 능동태의 동사는, 목적어에 어떠한 힘/변화를 가하는 것이어야 좋다.
I broke the window. 의 경우, 나에 의해서 그 창은 깨어졌다. '나'는 break라는 행동의 주체이고, 그 행동이 원인이 되어, window는 깨어진다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수동태로 바꿨을 때 아주 자연스럽다.
The window was broken by me.
I love you. 의 경우, 나의 사랑이 you에 어떠한 변화를 가하지 않는다. 물론,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You are loved by me. 라고 말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문장이 사용되려면, "나는 아무에게도 사랑받고 있지 않아." 라고 생각하는 You에게 위로의 말로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You are love by many people, including me. 라고 말하는 것이 더 좋겠다.
You are loved by many people . 은 You are love by me. 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수동태를 제대로 배우게 된다면, 학생들이 행위를 가하는 동사와 그 행위에 당하는 목적어를 더욱 선명하게 구분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수동태를 학습하면서, 동사들을 의미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문장을 써보기도 전에, 동사의 의미에 대해 혼자 궁리해보기도 전에, 동사의 다양한 유형에 대해서 설명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수동태의 형태(be 동사 + 과거분사)에 일단 익숙해지고 나서, 스스로 생각해서 수동태 문장을 형태에 맞춰 쓸 수 있을 때, 더 같이 공부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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