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또 다른 학교 이야기

소셜네트워크라는 그럴 듯한 연결

타츠루 2022. 9. 27. 22:18
언젠가의 출근 - 혼자되는 시간


누리과정 수업이 있는 화요일. 꼭 수업을 한다기 보다는 편안하게 이야기 하기를 바라면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다가 오늘 나온 이야기는 시험 기간이 소셜미디어 앱을 휴대폰에서 지워보라는 것. 나는 휴대폰에서 유튜브를 지웠다. 페이스북 앱도 사용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은 검색용으로만 사용하는 계정만 있을 뿐이다. 사려고 하는 중고 물품이 있어서 당근마켓 앱을 설치했다가 틈만 나면 그 앱으로 사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을 물건들의 사진들 스크롤 하는 나를 발견하고 그 앱도 다시 지웠다. 지우고 설치하고 다시 지우고 하는 사이, 내 휴대폰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앱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이 그럴까. 카카오톡은 메시지가 오지 않으면 들여다 보지 않으니 내게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서의 의미는 없다.

학생 중 하나가 휴대폰에서 열품타…라는 앱을 사용한다고 했다. 집중해야 하는 시간 동안 휴대폰을 잠근 하는 앱인 것 같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 아이패드든 갤럭시탭이든 다 가지고 있고, 휴대폰이 잠겨 있으면 여러 알람이 태블릿으로 뜰텐데, 그럼 휴대폰만 사용하지 않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내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보면, 고등학교 시절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없어서 내 속만 봐도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부모님과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 불안한 미래와 내 자신에 대한 잦은 실망. 다른 갈등이 없어서 내 마음은 어질어질 했다. 지금처럼 소셜네트워크가 있다면, 그 불안이나 혼란스러움은 더 심하지 않을까. 스스로를 비교 천국으로 몰아넣는다는 점에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사용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 메타버스가 발전한다고 해도, 관계는 현실 세계에 있다.

게임에 빠져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소속감을 얻더라도, 내게 밥을 갖다 주는 사람은 가족이다. 가족과의 관계 그리고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가 모든 관계의 시작이다. 가족관의 관계가 지옥 같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지옥 같은 혈육이 아니라, 가족같은 사람이 분명 필요하다. 나는 지지하고 믿어줄 사람. 그 관계는 메타버스이 있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에서 벗어나면 마음은 조용해진다. 외부로부터의 소음이 줄어들어 어쩔 수 없이 조용해 진다. 그 조용한 가운데, 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기쁜 이야기든 슬픈 이야기든 참담한 이야기든 내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오늘 그 학생들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앱을 지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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