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년맞이 워크숍 두번째 날이었다. 앉아서 주로 듣기만 해서는 너무나 힘들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의 고충(?)에 대해 생각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가 오늘 오전에는 워크숍이 마련되어 있었다. 2시간 밖에 안되는 시간이라 강사선생님은 아주 바빠 보였다. 그래도 큰 써클을 만들고 이야기하고, 작은 써클을 만들고 또 이야기 나누면서 재미가 있었다.
어제 우리 학교 연구부장님이 “이런 거 왜 하노?” 란 말은 제발 하지 말라고 부탁했지만, 그런 탄성을 뱉어내는 분도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도, 말로는 하지 말자. 이건 내 지론이다. 힘들어도 아무나 들으라고 *힘들다*라고 말하지 않기. 위로가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정확한 대상을 찾는 게 좋다.
아무튼 이런저런 주제로 이야기 했고, 그 중 나는 “왜 이 직업을 갖게 되었고, 지금은 이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중 무엇에 대해 쓸까 생각하니, 다른 복잡다단한 일도 있지만, 그것은 이렇게 공개된 자리에 밝힐 수 없는 일이다. 어디에든 말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나만의 이야기라 여기 펼쳐놓는다.
왜 선생님이 되었나요
선생님들은 작은 원을 만들어 둘러 앉았다. 모두다 반드시 선생님이 되겠어. 라고 생각해서 선생님이 되신 것은 아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어릴 적 무엇이든 되고 싶었다. 모든 초등학생들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분명 그랬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도 나는 제법 진지하게 변호사, 가수, 선생님, 발명가가 되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나는 발표하고 말하는 게 좋았다. 잘 말하고 나면, 음식을 게운하게 먹어치운 것 같은 맛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꼈다. 가수의 꿈은 중2 때 변성기가 오면서 접었다. 그리고 남은 직업은 선생님이었다. 내가 보고 겪을 수 있는 직업은 별로 없었다. 내가 보는 어른 중 가장 괜찮은 어른들은 선생님이었다. 중학교 선생님들은 내게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 되는 지 보여주셨고, 고등학교 선생님들 중 일부는 내가 어떤 선생님이 되어서는 안되는 지는 보여주셨다. 그리고 사범대로 진학하고 영어교육 전공이지만, 외국땅 한번 밟아보지 않고, 졸업하고 임용시험에 합격했다.
시험에 합격하고 학교에서 일하게 되면서 진로고민이 시작되었다. 나만 바라보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왜 선생님이 되었나? 생각할 수 밖에 없었고, 나는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 하는가? 도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의 눈은 교사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기도 하고, 교사가 무엇이든 해볼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근무를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서는 늘 내 몫에만 집중했다. 한 사람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애썼다. 고민이 적었던 탓도 있고, 공부가 부족했던 탓도 있다. 어쨌든 나름의 고민과 고심을 뚫고 나오니 15년 넘게 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그 기간에 내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역시나 학생들과의 교류였다. 동료 선생님들과의 연구였다. 책을 함께 읽는 시간이었다. 내가 좀 더 일찍 성숙한 사람이었다면, 임용 초기부터 학교 생활이 여유롭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돌아간다고 해서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의 나는 교사로서 어떠한가?
정확한 질문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위의 질문과 비슷한 의미였던 것 같다. 나는 학교라는 공간 전체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 학생들을 이끌고 학생들과 생활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지만, 다른 교직원과도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고 그 속에서 내 역할을 찾을 수 있다.
학교 일이란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못할 것은 없다. 누군가에게 일을 몰아줘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모두 공평하게 쪼개는 것도 어렵기는 하다.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해야 하는 수도 있고, 내가 해야 한다면, 기꺼이 하는 게 좋다.
선생님들도 모두 자기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기를 바라고, 평가받지 않고 이해 받고 싶어 한다. 내가 충분히 건강한 사람이라면, 내가 여전히 행복한채로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 지금 나는 그런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2년 전부터 학교에서의 생활이 편안해 지고 있다. 다 좋은 동료 좋은 학생 덕분이기도 하지만, 감히 내 스스로의 덕분이기도 하다.
3월 2일. 교사의 새해가 시작되는 때다. 불안함과 설레임을 모두 안고 다가간다 학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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