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은 일 모드다. 우리학교는 내일부터 새학년맞이 워크숍이 열린다. 첫날에는 우리 학교 교육과정에 대해 설명을 하라고 해서, 그걸 준비해야 한다. 지난번에 블로그에 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간 나는 교육과정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업무를 맡으면서 공부를 하고, 그러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담임 학급을 챙기고 학생들의 풍부한 경험과 학교 생활 적응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제대로 된 방향을 잡기 어려울 수가 있다.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을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 학교의 지정교과나 선택교과 과정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면, 선택과목 선택이나 학생들의 진로나 진학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이나 지도가 어렵다. 그래서 교육과정에 대해 공부하는 내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교육과정도 제대로 모르고 용케 별 문제 없이 생활해 왔구나 생각을 했다.
교육과정 총론을 읽고, 경상남도교육청 교육과정 운영지침도 읽고, 우리 학교 교육과정 편제를 살펴보고, 전년도 창의적 체험학습 활동 계획표도 다시 살펴봤다. 교과군 및 교과별 평균시수도 살펴보고, 1, 2, 3학년의 학급 편제 방식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한번 보고, 두 번 본다고 해서 저절로 이해 되는 것은 아니다. 운영지침이란 여러가지 조건과 제약을 기술해 둔 것이라 몇 가지 뼈대는 기억해야 하지만, 모두 기억하지는 못한다. 교육과정 운영 지침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되면, 우리 학교나 다른 학교의 교육과정 편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첫날 받아들었을 때는 거의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모두 질서를 가진 것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개안의 경험 아닌가.
그냥 대강 운영지침을 화면에 띄우고 설명하는 것도 가능하다. 편제표만 띄워 놓고 읽어 나가도 된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이미 2015 개정교육과정에 대해서 상당 부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냥 읽어 내려가는 식으로 준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앉아서 듣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렇게 읽어가는 연수는 우선 “잘 알아들 수가 없고, 집중도 너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표 준비를 나중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할 발표라 생각하고 준비하기로 했다. 학생들에게도 해야 하니, 결국 “교육과정 편성 운영”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내용을 정리해두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A4용지를 6등분해서 카드타입의 종이로 만들고, 순서를 이리저리 섞어 본다. 이미 총란과 지침을 읽으면서 설명이 필요할거라 생각했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 그리고 그냥 말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썼다. 그리고 그걸 어떤 스토리로 만들어 갈 것인가 생각하면서 슬라이드 구성을 준비한다. 오늘 슬라이드를 다 완성하기는 했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탄탄한 플롯은 없다. 선생님들에게 잘 들어주십사 읍소하게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불안하다. 잘 알지 못하던 것을 급히 배워서 이야기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이미 시작부터 좀 위축되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더 준비하고 더 뜸들일 시간은 없으니 끝까지 만들었다.
구글 슬라이드로 만들면서 또 새로운 기능도 써보고, 슬라이드 구성을 끝내놓고 나서는 폰트 맞추고 색깔도 좀 맞춰보면서 재미가 있었다. 발표 시간은 30분 정도라고 생각하는 데, 시간 조절이야 좀 해가면서 발표를 하면 되지 않을까. 발표 연습까지는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잘 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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