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책모임

새로운 독서 모임에 참여 - 첫 책 '임파워링'

타츠루 2023. 8. 25. 21:09

임파워링

하나의 책을 읽고 요약하기 쉽다는 건 그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그만큼 간결하고 강력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좋게 평가하면 그렇다. 아주 긍정적이거나 수용적이지 않은 나는 책 한 권을 받아 들고 이 책은 나에게 지식을 주거나 감동을 주거나 감명을 주는지 묻는다. 임파워링을 한 줄 평하면 학생의 선택을 넓혀주는 수업 방식에 대한 나의 주의를 환기시켜준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책만으로 오늘 이야기를 시작하고 끝내서는 안 된다.

교-수-평-기 관련한 책부터 익히 여러 가지 경로로 접했던 김덕년 교장선생님이 이끄는 책 모임이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운영하시는 밴드에 라디오 진행도 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신다고 하셔서 정년 퇴임을 하신 줄 알았는데, 명예퇴직을 하셨단다. 그 이유까지 묻지는 못 했지만, 나는 학교 생활을 잘하고 계신 분이라면 정년까지 해주시면 하고 바란다. 퇴직을 하셨다고 해서 교육에서 물러나신 건 아닌 것 같다. 아무튼 김덕년 선생님과 나를 포함한 네 명이 모여 줌으로 모임을 진행했다.

김덕년 선생님이 리드했고 우리는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공교롭게도 모두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다), 책에 대한 전체평을 했고, '나는 자기주도적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나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특별할 것 없는 질문이지만 진행은 아주 매끄러웠다. 서로 주고받는 형식이 아닌 데다가 서로 익숙지 않은 사이라 순서에 따라 착착 진행되었다. 그게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런 어색함이 재미있기도 했다.

책의 저자는 자신의 실패와 성공, 공부와 관찰의 경험을 토대로 임파워링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시도해 볼 것을 독려한다. 새로운 용어이니 번역할 만한 단어가 없다. 기존에 사용하던 학생 주도성, 자기 주도성이 있지만 임파워링은 학교 수업 중에 교사가 학생들의 선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 가까운 것 같다. 영어 원서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 책은 임파워링 하라라고 서술하고 있다. 교사여, 임파워링 하라라고 써도 똑같으니 수업 설계와 실천 과정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더 광범위한 선택권을 주는 시도라고 보는 게 맞겠다.

독서 모임 전 단톡방에도 썼지만, 교사인 나 자신이 가지는 다양한 내적 갈등이 학생에게 선택권을 주는 활동을 주저하게 만든다. 학생의 선택을 넓혀주는 활동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나의 마음을 이렇다.

  • 나도 배워본 적 없는 방식이니, 학생들이 이 활동을 하면서 배운다고 느낄지 확신이 없다.
  • 내가 확신이 없으니 학생들의 반응에 신경이 곤두선다.
  • 한 학급에서만 아니 한 활동에서만 실패해도 이제 그만해야지 생각하게 될 것 같다.
  • 다른 선생님들이 보면 뭐라고 할지 걱정이 된다.
  • 학부모님들이 나의 수업 방식에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 시험 문제는 어떻게 내야 할까.
  • 성취가 뛰어난 학생들은 이런 활동이 시시하다고 느끼지는 않을까.
  • 시도는 하지만 실패하면 다시 그냥 강의식이나 해야지

학생의 선택권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려면 교사가 자기 수업 활동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수업 활동의 결과에 집중하기보다는 교사와 학생이 모두 수업 활동을 통해 서로 도와 가며 배우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 과연 나는 학생들과의 수업 활동을 통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 교사가 수업 활동을 통해 '배우고 있다'라는 마음이 전해지면 학생들은 어떤 기분일까?

답은 없고 질문만 있지만 여럿이서 같이 질문을 하면 힘이 난다. 내 질문이 바른 방향이라고 이 책이 말해준다. 옳고 바른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알지 못해서 실천을 못 하는 게 아니다. 바쁜 틈에 자꾸 코 앞만 발 끝만 보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질문은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으냐? 였다. 나는 지금 같이 1학년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 선생님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어를 한글로 번역하는 방식의 수업은 영어 교실을 지배하고 있다. 내 수업도 그랬다. 학생들에게 해석을 시키기도 하지만, 아무튼 영어 문장의 이해를 한글로의 해석으로 판단한다. 나 조차도 수업 준비가 아니면 영어를 해석하는 일이 없다. 영어로 글을 읽으면 그냥 영어로 받아들인다. 학생들도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는데도, 내가 해석을 다 해줘야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래도 이번 1학년 수업만큼은 수업의 짝이 되는 선생님이 독해 지양식 수업을 하기 때문에 나도 같이 맞춰 가기로 했다. 그리고 같이 수업에 대해 논의하니 혼자 실패한다는 걱정이 들지 않는다.

밑줄을 그은 책이지만 그 선생님에게 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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