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매일매일 딸과 라이딩

타츠루 2022. 8. 3. 22:06

딸은 저렇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딸과 매일 매일 자전거. 

유아용 자전거는 아무리 굴러도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오르막은 편하지만, 내리막은 불편하다. 

딸은 자기의 자전거가 생겼고, 무려 7단까지 기어가 있다. 뒷드레일러에만 기어가 있어서 '아주 빠른' 속도는 도저히 낼 수가 없겠지만, 유아용 자전거에 비하면 쏜살같이 빠르다. 유아용 자전거를 타고 가던 길을 새자전거로 가면, 딸의 말대로 "진짜"를 백번 붙인 것만큼 쉽다. 어제도 나갔고, 오늘도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내 목표는 10킬로 정도다. 오늘 스트라바 기록을 보니 50분 정도 자전거 안장 위에 있었고, 9.5km를 갔다. 일단 10킬로를 달렸으니, 다음에는 편도 10킬로도 가능하겠다. 우리가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가장 많이 찾는 목적지는 충무공동에 있는 진주문고와 팔공티다. 그러니 편도로 10킬로를 달릴 수 있으면, 충무공동까지 갈 수 있다는 말이다. 거기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진주문고에서 책을 구경하고 한 권 사면서 휴식을 취하고 나면 다시 10킬로를 돌아올 수 있는 힘이 생기겠지. 

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모르면서, 나는 계획이 많다. 자전거를 타고 부산까지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놀래켜 주자. 자전거를 타고 서울까지 가서 사촌언니를 만나자. 나도 아직 100킬로까지는 타본 적도 없으면서 딸이 중학생이 될 때쯤에도 그 정도 거리를 달릴 수 있을 것처럼 자신만만하다. 딸과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여행하고 싶다. 

저녁에는 국지성 호우가 올 수 있다는 예보를 듣고 집을 나섰다. 먼 하늘 구름은 먹색에 가깝게 변하기도 해서, 곧 비가 오면 어쩌나 싶어서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우의 두 개를 챙겨 나갔다. 비구름 때문일까 비구름이 되지 못한 수증기 때문일까 무지개가 새초롬하게 떠있다. 놓치지 않고 찾았고,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찍어줘.' 

딸은 자신이 무지개를 보는 모습을 뒤에서 찍어달라고 했다. 

아내 격리 기간 동안 밀접접촉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도 많이 해서 그런지, 딸과의 대화가 즐겁다. 여전히 나와 아내의 의중이 무엇인지 살피고, 자신의 주장은 별로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나와의 거리를 재가며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는 게 고맙다. 장난의 거리가 지금처럼 유지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나는 딸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딸을 이해하고, 혹은 딸의 이야기를 듣되 조언은 참을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거란 자신은 없다. 하지만, 잘 하고 싶다. 우리 아들에게도, 딸에게도. 최고의 아빠가 되지는 않아도, 최선의 아빠가 되고 싶다. 내일도 딸은 자전거를 타자고 하겠지. 얼른 출발해서 충무공동까지 가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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