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효창커피라는 게 있는데, 이게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그런 커피다. 한번 선물할테니 마셔봐라.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도 권해보라.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건 커피라니. 일단 선물이니 잘 받아 마시기로 했습니다.
효창독립커피는 커피 회사와 유통회사가 만나서 만든 브랜드로 매출의 일부를 민족문제연구소와 식민지역사박물관에 기부한다고 합니다. 이름도 목적도 거창해서, 이런 사업에 커피를 연결시켜도 되는건가? 잠시 생각하다가 일단 도착한 택배를 뜯어봅니다.
박스는 아주 눈에 띄는 점은 없습니다. 효창은 어디서 유례한 말인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커피만 보냈을 줄 알았는데, 선물 세트를 보내왔다. 원두 500그램과 머그컵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저 기호식품으로 소비하는 커피 원두 봉투에 독립운동가의 얼굴을 판화로 만든 작품이 들어 있으니 왠지 기분이 묘했습니다. 친구가 커피를 분쇄로 선택해서 보낸 것이 좀 아쉬웠지만(홀빈으로 보냈어야지!), 500그램이나 보내주다니! 감사히 마셔야지 생각했습니다.
머그컵을 보면, 여기에 커피를 마시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에 다시 휩싸였습니다.
찾아보니 이 커피는 브라질 50, 케냐 30, 에티오피아 20을 섞은 제품입니다. 흠. 진공용기에 옮겨담으려고 커피를 열었는데, 향이 다릅니다.
흠. 나는 브라질 커피는 선호하지 않는가보다. 색도 아주 진하다. 배전이 좀 심하게 된 것인가? 생각했지만, 내 앞에 놓인 500그램을 다 마셔야 합니다.
오늘 아침 커피를 내려보는데, 평소에 마시는 아프리카 대륙의 싱글오리진 커피와는 색이 다릅니다. 진하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이라는 생각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일단 내렸습니다. 그렇게 내린 커피를 하루 종일 조금씩 물을 섞어가며 마셨습니다. 아무튼 감사히 잘 마시겠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대해서도 식민지역사박물관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마케팅은 좀 의아하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예전에(라고 해도 벌써 10년도 더 전에) 쿠바의 영웅, 체 게바라의 이미지가 생각났습니다. 어디서 읽은 글이었을까요. 쿠파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이미지가 팝 컬쳐의 일부가 되어, 잘 팔리는 상품이 되어버렸다 라는 취지의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 글을 읽고 저는 흠, 과연 그렇군.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티셔츠에도 체 게바라, 스티커도 체 게바라… 정말 많은 제품에 체 게바라 얼굴이 들어가 있었고, 팔리고 있었습니다.
뭐 약간 찜찜한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저도 일단 커피를 받아들고, 지청천 장군이 어떤 분이었는 지를 찾아봤고, 덕분에 조금 더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마케팅은 긍정적 요소가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신 분을 희화화 하는 게 아니라면, 대중에게 더 널리 알려질 다양한 방법을 찾는 것은 좋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단, 그 마케팅의 한계도 분명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도 생각.
친구야 잘 마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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