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28 00:11:56 제주의 아름다움과 제주에 대한 사랑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퐁낭.
경로 : 협재마레게스트 하우스 -> 모슬포항 -> 산방산 입구 -> 천지연 폭포 -> 정방폭포 -> 김영갑 갤러리 -> 퐁낭게스트하우스
오늘은 오늘의 종착지인 숙소 퐁낭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겠다. 이곳은 제주해오름생태학교를 운영하면서, 대안학교와 공동체 생활에 힘을 쓰고 계신 주인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다. 온평리 마을회관 옆 찜질방으로 운영되다가 놀던 공간인데, 이곳을 임대하여 생태학교도 운영하고, 자유로운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로도 운영하신단다. 운영하신지는 한달남짓 되었다고 한다.
퐁낭의 모습
먼저 이 숙소에 올 수 있는 인연에 감사한다. 오늘 마지막 행선지였던 김영갑갤러리에 들러서 구경을 다 마치고, 김영갑갤러리 뒷뜰에 생긴 찻집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어제 협재마레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서울 총각 두명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승현이는 이들에게 시원한 아이스티 두잔과 크고 맛있는 초코칩 두개를 샀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 좋은 숙소가 있다며 알려줬다. 퐁낭. 무슨뜻인지는 아직 모른다. 헌데, 1박에 5000원이라는 말만 듣고도 우리는 이미 퐁낭을 향하고 있었다. 섭지코지가 잘 있다는 것만 확인하고, 주인장께 전화를 해서 찾아왔다. 그리고 승현이와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고, 주인장님의 조카와 김해 봉황초등학교에서 온 남자선생님 한분과 해안도로 옆 흑돼지를 먹으러 갔다. 흑돼지를 잘 먹고 와서, 샤워를 하고,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주인장님이 꺼내신 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교육비리, 교사상, 방과후 수업, 교육정책, 교육현안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전교조 등으로 이어졌다. 나는 약간 주제에 열중하게 되어 평소에 할 말보다 너무 많은 말을 해버렸다. 하지만 강한 맞바람 같은 주제가 지나가고 우리는 제주도에 대해서 말할 수 있었다. 주인장님의 마을길에 대한 애찬과 오름에 대한 자부심은 같은 자리에 앉은 우리를, 그리고 나를 흥분시켰다. 제주도에 와서 이렇게 다시 제주도에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길 줄은 몰랐다.
미국에서 커뮤니티 칼리지 과정을 마치고, 이제 곧 새로운 대학에서의 새학기를 앞두고 있는 서울 총각에게 주인장님은 이번에는 제주도의 겉(둘레)를 맛보았으니 다음에 오게 되면 꼭 제주의 안을 걸어보라 하셨다. 자전거도 아니고, 스쿠터도 아니고 걸어보라고. 한라산을 그 중심으로 제주도에는 300개가 넘는 오름이 있는데, 한 시인이 말한데로, 날씨가 좋기만 하면, 어떤 오름에서도 한라삼을 볼 수 있고, 바다를 볼 수 있어, '어떤 오름도 나머지 모든 오름을 호령한다.' 라고 할만하단다.
좁은 '협'이란 뜻의 제주말 '섭지'에다가 '곶'이란 뜻의 제주말 '코지'가 합쳐져 만들어진 '섭지코지'. 예전에는 제주사람들이 육지에서 손님이 올때마다 데리고 가서 구경시키며 자랑스러워하던 곳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섭지코지의 기막힌 자리에 있다. 양 옆으로 우도와 성산일출 이 있어, 그 모습이 만을 이루고 있고, 그 사이에는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있어서 그 경치가 너무 멋있었다고 한다. 밤이 되면 하늘에서 별이 쏟아질 듯 하고, 우도의 등대는 그 밤하늘에 쇼를 하듯 빛을 뿜어냈다고 한다.
내가 2005년 겨울에 이곳에 왔을 때는 섭지코지가 붐비긴 했지만, 피닉스 뭐시기뭐시기 하는 단지는 없었다. 오늘보니 던킨도넛에 패밀리마트까지 들어와 있었다.; 우리동네에도 없는 던킨도넛.; 퐁랑의 주인장님은 이를 걱정하셨다. 뭍에서 온 대기업의 자본이 제주도를 훼손시키면서 돈은 뭍으로 다 가져가니, 반환경적이고, 반지역적인 행위. 주인장님은 다시 한번 되도록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지역민이 운영하는 숙소에 들르고, 식사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많이 걸으라 하셨다.
주인장님은 제주도의 특히나 아름다운 시기를 말씀해주셨다. 첫번째는 4월의 유채꽃피는 시기. 이하는 되도록이면 주인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옮겨쓰고자 한다. "제주도의 돌은 현무암이라 검습니다. 4월이 되어, 작은 농가와 농가사이의 길을 걷다보면, 돌은 검고, 하늘은 파랗고, 유채꽃은 노~~랗게 피어 있어서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나는 마음 속으로 그 풍경을 상상만 해보았다. 두번째는 가을인 10월쯤이라 하셨다. "제주도는 가을도 좋습니다. 제주도는 물이 나오는 곳에 농사를 짓거나 그렇지도 않으면 대부분 귤농장입니다. 가을이 되면, 돌담을 건너 녹색잎 마다마다 마치 등처럼 노~~란 귤이 영글어 있습니다. 그리고 논도 아니요, 과수원도 아닌 곳은 모두 억새가 덮여 있어 노란 바다와 억새바다가 어우려져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런 숨막히는 아름다움은 일주도로를 차로 몰고 다녀서는 볼 수가 없습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걷고 싶어졌다. 제주의 가을얘기를 들으면서, 김영갑 갤러리에서 봤던 억새가 파도되어 넘실거리는 사진을 떠올렸다. 다음에 제주에 와서 꼭 걸어보리라. 스쿠터도 아니고, 자전거도 아니고, 승용차는 더더욱 아니고, 버스를 타고, 걸어 보리라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에도 제대로 아침을 챙겨먹지 않고, 숙소에서 나왔다. 스쿠터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금릉석목원으로 난 길을 따라서 모슬포항과 송악산 방향으로 내려오는 게 우선 목표. 지나가다가 음식점이 보이면 들어가서 먹자 했는데, 도대체 문을 연 음식점이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한 초등학교 근처 작은 점빵에서 빵 두개씩이랑 딸기우유를 샀다. 맛있게 먹고는 김치와 함께 먹는 밥을 생각했다. 그 학교에서 잠시 사진을 찍고, 다음 장소로 출발.
[우리의 아침]
[수고많은 내 발과 신발]
[초등학교 운동장의 농구대, 좋은 사진 흉내내기]
쉬엄쉬엄 쉬기도 하고, 경치가 보이면 사진도 찍으면서 모슬포항에 도착했다. 마라도로 가는 배가 있는 곳. 마라도로는 가지 않았다. 오늘 내가 가장 보고 싶은 곳은 김영갑 갤러리. 모슬포항에서 흐린 하늘 아래의 바다를 보며,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냈다. 승현이도 나도 사이사이 걸려 오는 회사와 학교의 전화를 받으며 시간을 지체하기도 했다. 아, 모슬포항에 도착하기전 한 작은 마을에서 옛날 간판들을 대여섯개 발견했다. 이상해서 오토바이를 돌려 보니 정말 옛날 간판들이다. 더 자세히 보니 진짜 옛날 간판들은 아니었고, 새로 만들어낸 옛날것 같은 간판들이었다. 그래도 그 마을의 집들이 마음에 들어서 사진을 찍으며 또 시간을 보냈다. 중간중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단하다.. 라는 생각도 하면서.. 간판이 어떻게 저리 달려 있는 지 궁금해서 작은 구명가게로 들어갔다. 음료수를 하나씩 사고는 주인할머님께 여쭤봤다. 그랬더니 영화를 촬영하고는 그냥 놔두고 간 거란다. 나중에 천지연폭포를 지나고 정방폭포에 들렀다가 표선을 향해 달릴 때, 드라마를 찍고 있는 사람들을 봤는데, 아마도 그 드라마가 아닐지. 아무튼 그 할머니는 7월달부터 한다는 영화 찍는다고 달아놓구선 그냥 갔다 하셨다. 그 얘길 듣고 모슬포항에서 시간을 보내고, 사진을 찍고 나오면서 출출하다는 승현이 말에 횟집을 찾았다.
[두 여행객, 우리 둘]
[믿음직스럽지 못한 네비게이션. 지도확인 필수!!]
[모슬포항 근처 작은 마을]
[작은 구멍가게]
[폐가]
[폐가]
[폐가]
[폐가]
[모슬포항 등대와 친구]
바닷가에 식당 두개가 눈에 뛰었는데, 그 중 하나를 골라서 들어갔다. 들어가서 바이크루 사장님이 건내준 맛집 리스트를 보고 안 사실이지만, 그 옆집이 맛집이었다.; 아무튼 그때는 이미 한치회를 맛있게 먹고 난 후라 어쩔 수 없었다. 승현이는 자리물회를 기다렸고, 물회는 내 입맛에 맞지 않아 맛만 보고 관뒀다. 아직 설사병의 공포가 남아 있어서 소식을 해야겠다 생각한 것도 적당히 먹는 데 일조.. 아무튼 밥을 먹었으니 고고싱--
스쿠터는 이틀째 타지만, 아직 달리는 데 집중력이 필요한 것 같다. 약간만 타다보면,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천지연까지 잘 도착. 이번에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어 먹고는 폭포로 걸어갔다. 호숫가 공원같은 작은 숲을 지나서 천지연에 도착하니 참 시원했다. 연못 위로 떨어지는 폭포를 맞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것만큼 사진에 담을 수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리고 뒤돌아서 정방폭포로 향했다.
스쿠터는 이틀째 타지만, 아직 달리는 데 집중력이 필요한 것 같다. 약간만 타다보면,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천지연까지 잘 도착. 이번에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어 먹고는 폭포로 걸어갔다. 호숫가 공원같은 작은 숲을 지나서 천지연에 도착하니 참 시원했다. 연못 위로 떨어지는 폭포를 맞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것만큼 사진에 담을 수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리고 뒤돌아서 정방폭포로 향했다.
[헬멧이 멋이 없다; 그래도 안전하다고 해서 고른 것]
정방폭포는 바닷가에 있었다. 제주도 사진에서 가장 많이 본 게 바로 정방폭포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닷가 에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정방폭포를 보고 있으니 바닷가에서 놀다가 저 시원한 정방폭포아래에서 깨끗이 씻으면 얼마나 게운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이 상당히 많아서 과연 유명한 관광지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나 좋았던 것은 정방폭포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이 작은 물방울들이 되어 바람에 실려 구경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시원함을 전해 주는 것이었다.
[천지연 폭포와 중국 사람들]
[나와 천지연폭포]
[나와 천지연폭포]
[정방폭포와 관광객들]
마지막 행선지 김영갑갤러리까지의 거리는 27킬로. 시속 60으로 달리면 30분이면 되는 거리지만, 스쿠터 운전에서 30분의 주행시간은 자동차의 한 1시간 주행은 되는 것 같다. 아니 주의집중은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아무튼 한 세번정도만 쉬면서 김영갑갤러리에 도착. 사진을 한장한장 보며, 또 사진을 찍으며 감상 또 감상. 내가 좀 더 그 사진의 아름다움을 잘 느낄 수 있는 심미안을 가졌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김영갑 갤러리에서 시간을 좀 여유롭게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진을 보고, 되도록이면 사진을 찍을 때 김영갑 선생님이 느꼈을 기분과 주변의 공기와 바람은 어떠했는지 느껴보려 애썼다. 그리고 나는 퐁랑에 왔고, 이제 즐겁게 자려 한다. 즐거운 하루였다.
[김영갑 갤러리]
[김영갑 갤러리]
[김영갑 갤러리]
[김영갑 갤러리]
[김영갑 갤러리]
[김영갑 갤러리]
[김영갑 갤러리]
[김영갑 갤러리]
[김영갑 갤러리]
27일의 기상예보는 오후 비올확률 60퍼센트. 예상강수량 40에서 50이었다. 내일도 비가 올거란다. 예보가 한번만 더 빗나가 주기를....
00: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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