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

더 천천히 간다면, 더 아름다운 제주를 볼 수 있다. - 제주도 스쿠터 여행 1 -

타츠루 2009. 8. 1. 19:32
아래는 제주도를 스쿠터로 여행하며, 그날그날 쓴 일기들입니다. 우선 여행기의 사진은 일정에 중점을 둔 사진입니다.~. ^-^

2009/07/26 23:41:38 제주도 여행 1일째

경로 : 김해공항 - 제주공항 - 바이크루 - 화연이네식당 - 협재해수욕장, 금능해수욕장 - 협재마레게스트하우스

어제의 설사병을 이겨내고 오늘 아침 일어났다. 엊그제부터 시작된 설사병 때문에 나는 어젯밤 약을 네알이나 먹었고, 설사를 멈추게 한다는 약도 먹었으며, 전기장판을 자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기에 물도 따뜻하게 데워서 침대 근처에 두고 잤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나니 아침에는 한결 살 것 같았다. 어제 저녁의 그 오한도 없었고, 온몸이 쑤심도 없었다. 그래도 아무거나 먹기엔 부담스러워서 누룽지 끓인 것을 먹었다. 물론 어머니가 끓여 주셨다.


아침을 먹고, 조금 몸을 움직이니 승현이와 만나기로한 시간이 다 되었다. 김해공항에서 출발시간이 12시 55분으로 좀 여유가 있는 편이었지만,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늦은 출발은 여유롭긴 했지만, 오토바이 대여나 오늘 하루 일정 전체를 생각했을 때 현명한 결정은 아니었다.

아무튼 10시에 승현이와 만나서 택시를 타고, 김해공항 국내청사로 갔다. 도착하니 10시 30분도 안되었다.;; '진에어'라는 게 어디있나 열심히 찾다 보니 노란 모자를 쓴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그뒤에 진에어라 쓰여진 광고판을 볼 수가 있었다.

티켓팅을 하고 나니 10시 39분. 쩝. 두시간이나 남았다. 승현이와 그냥 앉아 있다가 공항을 잠시 돌아봤다. 짐도 많았던 터라 꽤 불편. 그래도 공항을 한바퀴 돌아보니 어디를 가는지 사람들이 꽤 있다. 다들 설레여 하는 표정.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원래 점심을 공항에서 해결하고 가야지 생각했었는데, 설사병의 여파로 점심은 좀 건너뛰기로 했다. 승현이도 별로 배고프지 않다고 해서.


[왕복 11만원 정도에 구한 내 티켓]




[시간 죽이기]




[공항 둘러보기]



12시 35분. 탑승을 시작했다. 좌석이 지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석 구역이 세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A,B,C zone. 가장 빨리 내릴 수 있는 구역이 A라고 해서 그 구역으로 발권해두길 잘했다. 비행기는 출발. 비행기를 타는 두번째 여행이지만, 비행기가 속도를 올리는 순간과 땅을 박차는 순간이 너무 좋다. 구름 위로 날아갈 때, 그 하늘 위에서 구름가 그 아래의 육지와 바다를 보는 기분은 또 너무 좋다. 그 기분을 한껏 느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왜 이렇게 창이 더러운 것이야;;;]




[탑승~. 저가항공이라지만, 프로펠러 아니다~]



진에어는 저가항공이라 전혀 기내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겠지 생각했다. 물론 기내서비스는 먹을 거리를 말하는 것. 헌데, 스튜어디스 누나가 음료수를 준다- 오호-  진에어의 승무원들은 청바지에 노란색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 중 가장 경력있어 보이는 분은 청바지에 흰셔츠에 모자를 쓰고 있었다. 가장 경력있으신 분이 가장 멋졌다. 오호호

비행은 짧았다. 제주에 들어서면서 제주의 날씨가 어떤지 가장 궁금했는데, 공항 주변은 흐림. 그래도 비가 오지 않는 게 다행. 출발할 때처럼 버스를 타고, 비행기에서 출구게이트 쪽으로 이동했다.


[삐리삐리비~, 제주도 흐림]


바이크루 사장님이 다른 일로 픽업을 나오시지 않아, 택시비를 줄테니 바이크루로 오라셨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님은 4000원어치 거리를 가는 동안 바이크의 위험함에 대해 말씀하셨다. ㅠ.ㅠ 다시 한번 안전운전을 다짐하며 바이크루에 도착. 바이크를 빌리고, 계약서 비슷한 것을 쓰고, 사장님의 코스 설명을 듣는다. 맛집이며, 숙박지 주소와 특징이 적힌 종이를 주셨다. 글씨를 좀 더 이쁘게 써주셨으면 더 좋았을 걸... ㅋ 그래도 네비게이션에 약간 의지하면서 찾아갈 곳은 다 찾았다.


[공항에서 택시타고 3000원에서 4000원]


점심은 꼭 화연이네식당에서 보말국을 먹어야지 다짐했던 터라. 화연이네로 우선 가야 했다. 헌데, 해안도로를 따라가다보니 바이크를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제주도의 많이 바위를 보았고, 제주도의 바람을 느꼈다. 이제 여자만??;; 너무 배가 고파서 정신이 약간 혼미해질 정도였지만, 보말국의 맛을 기대하며 해안도로를 계속 달렸다. 자칫 지나갈 뻔 했던 화연이네 식당. 그냥 작고 아담한 식당이겠지- 눈에 잘 안 뛰면 어쩌나 했는데, 해안도로 바로 옆에 있다. 그리고 단층건물이 아닌 데다가 새건물이었다. 오호- 승현이와 나는 보물미역국과 보물된장찌게를 시켰다. 미역국은 국물이 진해서 담백한 느낌이 들었고, 된장찌게는 뒷맛이 게운하고, 깔끔했다. 내가 블로그에서 봤던 건 보말미역국이었나 보다. 아무튼 잘 먹었다. 점심은 먹은 시간이 4시 30분;;; 승현이는 밥 두 공기를 비웠다. 나도 가능했겠지만, 아직 설사병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냥 한그릇만 해치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반찬은 조금씩 담겨 나와서 아- 마구마구 재활용은 하지 않으시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밑반찬 중에는 미역무침이 맛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컸던 화연이네식당]



자- 이번 목표는 협재해수욕장이다. 아직 길을 찾는 데 익숙치 않아서인지 우리의 눈을 끄는 장관이 많아서 인지 우리는 속도가 더뎠다. 그래도 협제 해수욕장은 쉽게 찾았다. 오늘이 마침 찔레꽃을 부른 가수를 추모하며 기념하는 가요제를 하느라 작은 해변이 더욱 붐볐다. 협재 해수욕장을 지나 금릉해수욕장을 지나가면, 근처에 협재게스트하우스가 있다고 들었던 터라, 일단 게스트하우스에 연락을 해보고, 자리가 있으면 가서 짐을 일단 풀자고 얘기가 됐다. 전화해보니 오면 된단다. 다행. 헌데, 금릉석물관을 지나면 나와야할 게스트 하우스가 안 보인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지나가다 본 큰 전광판의 글귀가 생각났다. 분명 바이크루 라는 단어가 지나갔다. 그곳의 이름이 마법의 성이라... 이게 게스트하우스일리가 하고, 횡- 지나갔는데, 다시 가보니 게스트하우스가 맞다. 이 게스트하우스의 정확한 이름은 협재마레게스트하우스이다. 마법의 성이란 식당이었던 것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꾸면서 아직 제대로된 간판은 달지 않으신 듯. 아무튼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다. 사람들끼리 같이 저녁도 먹고, 술도 마신 다기에.. 약간은 소심한 우리둘은 저녁은 그냥 밖에서 해결하기로 결론. 나는 해수욕이 너무 하고 싶었던터라 수영복 바지를 안에 입고, 최대한 짐을 줄여서 나섰다. 걸어가니 협재까지는 멀어서 금릉에서 바지를 벗었다. 고맙게도 승현이는 내 짐을 들고 기다려 주었다. 금릉은 정말 들어가도 들어가도 물이 얕았다. 해볕에서 100미터 정도 걸어간 것 같은데도 물은 허리깊이. 그러니 짠바닷물을 조금씩 맛보며 수영을 해나가도 물은 허리높이;;;;; 물은 맑았지만, 수경을 쓰고 물속에 들어가니 파도 때문인지 사람때문인지 일어난 모래때문에 안은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약간 겁먹고 일어나보면 물은 내 허리. 혼자서 몇번 이리갔다가 저리갔다가 하다가 혼자서는 재미도 없고, 승현이도 기다리고 해서 나왔다. 해변에서 포즈를 잡으며 사진을 몇 컷 찍고 씻기 위해서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협재게스트하우스]



해변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맥주한잔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승현이와 다시 협재해수욕장으로 갔다. 내 바이크 한대를 타고, 가보니 사람이 꽤 많다. 그렇다고 해도 해운대만큼의 밀도는 절대 아니다. ㅎ 맥주를 바로 한잔 할까 하다가 맥주 먹으면 밥 안 들어간다는 승현이의 의견으로 밥집으로 향했다. 횟집이지만, 갈치나 고등어 구이를 판다길래. 헌데 들어가보니 갈치나 고등어 구이는 밥을 빼고, 1인분이 12000원이다. ;;; 그래도 해물뚝배기 2인분을 시켰다. 이건 1인분에 10000원. 작은 뚝배기가 나오겠거니 생각했는데, 전복 두마리가 뜨거운 물 샤워를 기다리고 있는, 조개가 담뿍 든 해물탕이 나왔다. 오호- 이건 3인분감이었다. 국물도 너무 맛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소주를 시켰다. 정말 소주를 부르는 해물탕 국물이다. 전복 두마리는 끝까지 남겨두고, 다른 조개들을 모두 처리. 배불리 먹고 해변으로 나왔다.


[저녁 식사 장소]




[해물뚝배기-살포시 꼭대기에 앉은 전복 두 놈]



가요제 때문에 해변의 여유로움이 좀 줄긴 했지만, 그래도 바닷바람의 시원한 바람은 너무 좋았다. 옅은 비릿함도 바다임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해줘서 좋았다. 맥주 대신 음료수를 한캔씩 마시면서.. 바다를 바라봤다. 여행오기 거의 직전 절친한 과장님 상을 치르고 왔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아.. 30대가 벌써 죽음을 맞이하는 나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매제가 사고로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나는 친구라는 놈이 친구의 아픔에 대해서 도통 알고 있는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한 마음이 가득.


[열심히 터뜨린다]



숙소로 돌아와보니 게스트 하우스 사람들이 맥주를 한잔씩 하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과 섞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섞이기로 했다. 우리는 돈도 한푼 안 냈는데.. 물론 낼 생각이었다... 맥주에다 간단한 안주가 차려져 있었다. 여주에서 아들과 함께 오신 분이 여주에서 가져온 멸치와 일미를 내놓으셨고, 맥주도 사셨단다. 예비부부이며, 약혼자인 게스트하우스의 부반장님들이 준비한 햄도 있었다. 난 물론 설사병의 아픔으로 제대로 술을 즐기지는 않았다. 맥주 한잔 마신다음 계속 물. 승현이가 이런 분위기를 잘 즐기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얘기도 많이 하고, 사람들 기분도 잘 맞추고. 나 혼자 온게 아니라, 승현이랑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 였다면, 4배는 더 재미없었을 것 같다.

이번에 제주도에 오면서, 지난번에 제대로 못 본 곳은 잘 살펴보고, 지난번에 봐서 좋았던 곳은 한 번 더 보자는 생각으로 왔다. 마지막 부산으로 돌아가는 날은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일정은 2박 3일에 가까운데.. 일정을 생각하니 돌아볼 곳이 참 많고, 그만큼 일정을 빡빡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좀 여유롭게 여행해야지 했던 여행전의 생각이 자꾸 흔들린다. 바이크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자. 아무튼 이제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잘 자고, 내일은 좀 더 즐겁고 멋진 하루가 되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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