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로 접근하는 누리교육과정 수업
올해 시작한 누리과정 수업이 하나 끝났다. 누리교육과정은 코로나 이후, 학습이나 심리, 교우관계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찾아내어, 다시 일상적인 학교생활로 학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작년에는 '누리과정'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보드게임을 하든, 글을 쓰든 무엇이든 누리교육과정으로 수업을 만들 수 있었다. 올해에는 적어도 고등학교에서는 국영수 교과 수업을 일정 정도 개설해야 했다.
이전에 이미 누리교육과정 수업에 대해 쓴 적이 있다.
좋은 대화의 사례
아주 예전에, 페이스북에서 김성우 선생님이 중학생들과 앉아서 영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글로 남기신 적이 있다. 그 대화의 내용이 인상적이었고, 영어 학습으로 접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았다.
나의 대화를 시작
어제는 마지막 수업이라, 학교 수업 시간에 내가 가르쳤던 자료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학생과 앉아서 이야기하는데, 수학의 경우, 공부하는 재미를 좀 느끼게 되었다는 데, 영어는 수업을 들으면서도 어떤 점에서 재미를 느껴야 하는 지 조차 아직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배우려면,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있어야 하거나, 어떻게든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불러 내어 새로운 것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간신히 집중해서 듣는다고 하더라도, 내 삶이나 일상과 연결되지 않으면, 우리가 잠든 사이에 그 학습에 대한 기억은 모두 빠져 나가버릴 것이다. 인간의 뇌는 잠자는 사이에 장기기억으로 갈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류한다. 장기기억으로 가는 것들은 이전의 경험 혹은 학습 경험과 연결되는 것들이다.
나는 뛰어난 교사가 아니지만
뛰어난 교사는 학생들이 학습해야 하는 대상을 학생들의 생활과 연결시키는 데 뛰어날 게 분명하다.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내가 뛰어난 교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은 학생들의 일상과 연결을 시키는 것 같을 때도 있지만, 그 연결이 어느 정도 수준 혹은 깊이에서 이뤄지는 지도 중요하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지문-학생 사이의 연관 관계를 시사할 수 있는 영상을 사용한다? 잠시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데서 끝날 수가 있다.
그리스인들의 이성과 비이성
수업 시간에 다루었던 지문 중에, 그리스 아테네인들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측면도 있지만, 비이성적이고 괴짜같은 측면도 있었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 있었다. 논리정연한 법조문, 자로 잰듯한 조각상은 아테네인들의 뛰어난 이성을 보여준다. 그에 비해 정신없는 시장이나, 어떤 질서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굽이치는 도로는 이성적이지 못한 면을 드러낸다고 그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수업 시간에 칠판에 줄을 하나 긋고, 왼편에는 아테네인들의 이성적인 면에 대해 쓰고, 오른편에는 그렇지 못한 면을 썼다. 글의 구조가 '대조'를 기본으로 삼고 있으니, 대조만 해주면 훨씬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누리교육과정 학생들과 대화를 해보니, 이 학생들은 어떤 점이 '이성적'인 것인지, '비이성적인 것'인지 구분하는 것을 어려워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에 답하기 힘들어 했다.
"논리, 데이타 기반, 이성, 순서, 질서 등을 이성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질서가 없고, 뒤죽박죽이며, 데이타에 기반하기 보다는 즉흥적이나 감정적인 것을 비이성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분의 생활 속에서 여러분의 '이성적인 측면'이 잘 드러나는 장면은 무엇인가?
위 질문을 힘들어 해서, "수영장에 있다고 가정하자. 수영장에서 '질서'를 따르고 있는 장면을 돌아가면서 모두 말해보자." 라는 질문에도 대답을 하기 힘들어 했다.
이성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영어로 된 지문에서 이성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일은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수업 시간 중에 모둠으로 앉게 하는데, 만약 학생들에게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을 내가 제대로 설명할 수 있었다면, 그리고 학생들끼리 그런 사례를 이야기해볼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수업 준비를 위한 새로운 관점
김태현 선생님의 수업에 대한 책을 읽었을 때, 그 선생님도 학생들의 삶과 연결되는 수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때, 그 아이디어는 좋다고 생각했지만, '국어 수업이니까 가능한거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떻게 학생들의 삶과 영어 지문을 매번 연결시킬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등바등 애쓰면서 이렇게 지내왔다.
영어 지문의 모든 소재가 학생들의 일상과 연결될 리가 없다. 하지만, 학생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것들을 관찰하고, 스스로 답을 준비해 보기도 한다. 그러니, 수업을 준비하면서, 영어 지문 내용을 바라보면서, 교사의 이해 수준에서 지문을 분석하는 것부터가 그 수업 준비가 가진 한계는 아닐까? 수업이 학생들과 연결되려면, 영어 지문이 학생의 삶에 어떤 질문을 해야 한다. 이런 질문은 수업에 대한 흥미를 끌 뿐더러, 수업 내용을 더 깊이있게 이해하게 만들고, 더 잘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제 그 방법을 훈련하면 되는 것일까?
누리교육과정 학생들과 배운다
1:다수의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누리교육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 자료를 먼저 살펴보면 어떨까? 이때 주의 해야 하는 것은, 수업에 대한 예습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수업할 내용이 학생들의 삶과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데 있다. 그렇게 접점을 찾으면, 학생들의 귀를 잡아끄는 질문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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