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왜 그런지 얼토당토않게 다른 사람을 가여워하는 마음이 늘었다. 이 마음을 양으로 측정할 수야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도 어떤 사람을 내 멋대로 가엾이 여기는 마음도 늘어났다. 왜 그럴까.
2019/11/21 - [일상사/그냥'글'] - 신용카드 배송하면 얼마나 버나요?
얼마 전 위 글을 쓰면서 같은 글을 인스타그램에도 올렸다. 그리고 새벽에 한 학생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요지는 '다른 사람을 내 시각에서 '불쌍하다거나 가엾다고 생각하나요?' 정도. 쏘아붙이는 질문도 버릇없는 질문도 아니었다.
나는 그 질문에 대해, 남을 함부로 가엾다거나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분명 그분들의 일 덕분에 우리가 행복하고 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의 노동의 상태, 환경까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너무 무관심하기 때문이라는 게 내 반성이었다.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나, 다른 사람은 모두 행복하고 즐거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마음이나 비슷하다. 그 사람에 대한 이해가 표면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 질문을 받은 덕분에 아침에 아이들 밥도 늦게 차리면서 답을 하기는 했다. 그럼에도 이 '가엾이 여기는 마음'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되는가?
오늘은 유튜브로 음악을 듣다가 또 '이제는 잊혀진 가수들'을 보면서 그들은 각자 자기 삶을 잘 견디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모두 건강한 사람들임에도 내가 너무 '한때 인기 있다가 그 인기를 잃으면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곡을 치는 노숙자의 영상을 보다가, 그의 소식을 알게 된다. 유명해진 영상 덕분에 밤을 본래 '집'을 얻게 되었고 피아노를 칠 수 있게도 되었지만, 결국 알코올에 다시 사로잡혀 작년에 죽었다는 소식.
다른 사람의 기쁨이나 슬픔을 내가 정의할 수는 없다. 그를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에게 묻고, 그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의 하루를 채워나가고 이 몹쓸 섣부른 판단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결국 '나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는 데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 줄의 책, 한 편의 영화. 모두 나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니, 이전에 나 자신에 대해서나 다른 사람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않도록 도와줄지도 모른다. 그러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나의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태도. 그것이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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