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남을 함부로 가엾어 해도 될까?

타츠루 2019. 11. 29. 14:25

Photo by Josh Calabrese on Unsplash

요즘에 왜 그런지 얼토당토않게 다른 사람을 가여워하는 마음이 늘었다. 이 마음을 양으로 측정할 수야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도 어떤 사람을 내 멋대로 가엾이 여기는 마음도 늘어났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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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위 글을 쓰면서 같은 글을 인스타그램에도 올렸다. 그리고 새벽에 한 학생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요지는 '다른 사람을 내 시각에서 '불쌍하다거나 가엾다고 생각하나요?' 정도. 쏘아붙이는 질문도 버릇없는 질문도 아니었다.

 

나는 그 질문에 대해, 남을 함부로 가엾다거나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분명 그분들의 일 덕분에 우리가 행복하고 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의 노동의 상태, 환경까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너무 무관심하기 때문이라는 게 내 반성이었다.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나, 다른 사람은 모두 행복하고 즐거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마음이나 비슷하다. 그 사람에 대한 이해가 표면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 질문을 받은 덕분에 아침에 아이들 밥도 늦게 차리면서 답을 하기는 했다. 그럼에도 이 '가엾이 여기는 마음'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되는가?

 

오늘은 유튜브로 음악을 듣다가 또 '이제는 잊혀진 가수들'을 보면서 그들은 각자 자기 삶을 잘 견디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모두 건강한 사람들임에도 내가 너무 '한때 인기 있다가 그 인기를 잃으면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곡을 치는 노숙자의 영상을 보다가, 그의 소식을 알게 된다. 유명해진 영상 덕분에 밤을 본래 '집'을 얻게 되었고 피아노를 칠 수 있게도 되었지만, 결국 알코올에 다시 사로잡혀 작년에 죽었다는 소식.

 

캐나다, 거리의 연주자 Ryan Arcand(1971-2018) 

 

다른 사람의 기쁨이나 슬픔을 내가 정의할 수는 없다. 그를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에게 묻고, 그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의 하루를 채워나가고 이 몹쓸 섣부른 판단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결국 '나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는 데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 줄의 책, 한 편의 영화. 모두 나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니, 이전에 나 자신에 대해서나 다른 사람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않도록 도와줄지도 모른다. 그러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나의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태도. 그것이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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