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잠드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저녁을 대충 먹고부터 딸은 간식을 먹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간식을 먹는다. 8시쯤 되면 이제 자야 할 시간이라고 엄마가 이야기하면, 다시 먹을 것을 꺼내어 먹기 시작한다. 양치질을 하고 나면,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이제 잠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그런데도 계속 뭉그적 거리다가 결국에는 나에게 온다. 차렷 자세로 서서는 "안아서 가줘."라고 부탁인 아닌 듯 지시한다. 나는 딸은 안아 들고 엄마 옆 딸의 이부자리로 데리고 간다. 누운 채로 다시 안아달라*고 하면 또 안아주고, 문을 닫고 나오면서 또 *안녕 인사한다.
어제는 그렇게 안아주고 나왔는데, 딸은 물을 마시겠다며 나왔다. 그리고 슬금슬금 나에게 다가온다.
풀을 손에 쥐더니, 내 어깨에 풀을 바르는 시늉을 한다. 그리고는 풀 때문에 딱 붙는다며 나에게 붙었다. 풀을 몇 번이나 더 바르는 시늉을 한다. 나는 우리 딸의 천재적인 사랑놀음에 반하고 반해서 딸은 안아들고 다시 방으로 데리고 간다. 흐뭇해하며 나는 딸의 깜찍한 풀칠을 자꾸자꾸 생각한다.
오늘은 내가 딸한테 풀을 발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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