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수업이야기

나무 그늘과 여름 방학 보충수업

타츠루 2021. 7. 21. 23:14
그저 그늘에 앉아 책이나 읽고 싶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고, 보충수업이 시작되었다. 내가 올해 맡은 업무는 방과후 수업이다. 어쩜 쉽게 별로 힘들지 않게 할 수도 있지만, 이 작은 일을 하는데도 품이 많이 든다.

1. 학교의 방과후 학교 운영 계획 수립
2. 8교시 방과후 수업 및 야간자율학습 시간 방과후 개설 희망 조사
3. 조사한 것을 토대로 강좌 개설
4. 방과후 운영 계획 상신
- 방과후 운영 계획서
- 출석부
- 방과후 지도 계획서
- 방과후 수업 교체 계획서

방과후와 야간자율학습 수업을 한번에 조사하고 계획하고 실행했으면 일이 좀 줄었을텐데, 원치 않았던 일이지만, 아무튼 일을 나누어 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희망이라는 것도 일단은 ‘희망’일 뿐이다. ‘리로스쿨’이라는 학생들 시간표 관리, 선택과목 및 방과후 학습 신청 관리를 위한 서비스를 쓰지 않았다면 훨씬 ‘손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았을 것이다.

아무튼 또 한번 계획을 수립하고, 여름방학 방과후 수업이 오늘부터다. 우리 학교 교직원과 고3 학생들은 내일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기 때문에, 내일과 모레는 수업이 없다. 원래 계획은 총 10일간 수업을 하는 것이었으나, 백신 접종 때문에 8일로 줄이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 수업을 하고 나면, 다음주 월요일에 또 수업.

학생들은 잘 와주었고, 학기 중에 매주 학교를 온 게 아니라 그런가 체력적으로도 지쳐보이거나 하지 않았다. 대개 방학을 하고 바로 수업이 시작되면 첫날부터 학생들은 피곤해 한다. 그리고 수업이 진행될 수록 이유없이 안 오는 학생이나, 수업 중 많이 피곤해 하는 학생이 생긴다. 그런데 격주 등교 덕분일까? 방학 때 학교에 오는 것에 대한 반감은 없는 것 같다. 학기 중에 절반 정도만 학교에 왔으니, 방학 때 더 와도 크게 이상할 것 없다는 느낌?

방학 전에는 이런 저런 마감할 것부터 가장 중요한 성적 처리를 하느라고 수업을 충실히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간신히 오늘 수업할 내용을 준비해서 갔는데, 내일과 모레 이틀 시간이 더 생겼으니, 준비했던 부분을 다시 정비할 생각이다. 내가 맡아 진행하는 반은 기본수준, 심화수준 두 반이다. 심화수준의 경우, 좀 어렵더라도 수능기출 중 문법 파트만 뽑아서 자료를 만들고 수업을 진행했다. 모두 성적도 높은 편이고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라 수업 진행에 어려움도 없었고, 아주 활발하게 수업이 되었다. 문제는 기본 수준. 좀 쉬운 교재를 선택했다고 생각했지만, 학생들간의 격차가 좀 많이 났다. 학생들을 만나고 나니, 준비해 간 수준에서 설명을 했을 때, 알아듣기 힘들어 할 학생들도 있었다. 설명은 줄이고, 개인별 피드백을 주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했지만, 20명 정도 되어서 그것도 쉽지는 않았다. 일단 하루는 잘 했는데, 하나의 수업에서 다시 수준은 셋으로 나누고 수업 준비를 해야 겠다.

심화반의 수업은 기출 문제였지만, 어려움 없이 풀었다. 문제 풀이라고 하더라도 강의식 수업은 그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오늘은 첫날이라 먼저 EBS기준 문제 유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문제를 풀고, 모두 문법 문제였기 때문에, 각 선택지가 왜 정답이거나 오답인지 옆이나 뒤에 있는 학생과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교실을 돌면서, 학생 간 해결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자주 언급되는 질문이나 어려움에 대해서는 다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각 지문에서 반드시 정확하게 해석해보고 가야 하는 문장을 두 개 정도씩 지정하고 해석을 글로 써보라고 했다. 해석을 ‘쓰는 것’은 지양하는 편인데, 반드시 그 구조를 잘 밝혀야 하는 문장이라면 써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수업을 하는데, 90분 수업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평소에 읽기 힘든 어려운 책도 읽고, 문법책이나 영어 교재도 한번 보고 해야 하는데,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없어서 소모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채우지 않고 퍼내기만 하면, 고갈되지 않을까. 더 공부하고 싶은데, 매일 매일은 그저 주어진 일을 하는 데 써버리는 경우가 많다. 짧은 여름 방학도 그리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4일차 수업까지 끝나고 나면 1, 2교시 수업만 남을테니, 이후 시간은 좀 알차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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