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수업이야기

기초학력반 영어수업 : 잘 읽어야 알게 된다

타츠루 2021. 9. 7. 22:02

우리 학교에서 기초학력반 영어수업은 수요일을 빼고 진행된다. 월, 화, 목, 금. 우리 학년부에 담임 중 영어교사가 두 명이라, 우리는 날짜를 달리해서 수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나는 화요일과 금요일.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수업의 목표는 학생들이 최대한 내신 시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 가장 크게 고려해야 할 점은 학생들이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진도 나가기식 수업에는 큰 어려움을 겪는 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50분 수업을 하면서, 각기 다른 교재를 준비하고, 개별 지도해주는 것도 쉽지 않다.

수고했다 오늘도

 

1. 영어 문장 하나 쓰기

지난 시간 왔던 학생들에게는 숙제였다. 오늘은 6명의 학생이 왔는데, 그 중 3명은 나와의 이 수업은 처음이었다. 1학년 전반에 수업을 들어가고, 거의 모든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고, 거의 모든 학생들과 대화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더 의사소통이 많았다. 그 세명에서 이전 수업에 왔던 학생들이 숙제로 했던 것을 얼른 하게 했다.

“외국인과 영어로 이야기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게 된다. 그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우리말로 쓰고, 영어로 번역해 보라.”

물론 번역은 번역기를 사용해도 된다. 한 학생은 스스로 썼다. (수업 시간에는 간신히 수업을 따라오는 정도인데, 이번 기초학력반에서는 가장 잘하는 축에 속한다.) 번역기나 한영 사전을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지 않은 문장도 있다. 하지만, 그런 문장은 자연스럽게 설명할 거리가 되어서 좋다. 그 중 한 예문은

“I bully my friend.” 이었다.
bully 는 우리말로 바꾸자면, 학교폭력에 가깝다. 그 정도 강도의 단어를 쓰려고 했던 것을 아니고, 아마도 ‘괴롭히다’로 검색해서 나온 단어였을 것이다. 그래서 tease 라는 단어가 더 적당할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모두 돌아가면서 자신이 썼던 문장을 이야기했다.

2. 교과서 읽기

교과서를 더듬더듬 읽는 학생부터, 거의 못 읽는 학생까지 모두 이 학급에 있다. 하지만, 유창하게 읽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 비슷하다. 유창하게 읽을 수 있는 모델은 ‘내’가 있으니, 내가 도와주고 학생들이 읽도록 하면 된다.

나까지 총 7명은 책상을 옮겨 동그랗게 둘러 앉아 있었다. 오늘 준비한 교과서 본문은 제목을 포함해서 총 4문장이다. 그래도 문장이 긴 편이고 발음이 까다로운 단어 archaeological 이 있었다. 교과서 읽기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다.

- 선생님이 한 번 읽어준다.
- 단어들은 같이 따라 읽는다.
- 제목, 문장 3개에 1번부터 번호를 붙인다.
- 돌아가면서 문장을 읽는다. 교사가 1번, 그 다음 학생이 2번, 읽어야 할 문장이 (제목을 포함해서) 4개 뿐이니, 5번째 학생은 1번부터 다시 읽는다.
- 멈칫하는 부분이 있으면 교사가 도와주고,
- 도저히 못 읽겠으면, pass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해당 본문을 계속 돌아가며 읽었다. 전혀 읽을 수 없을 것 같아서 pass를 외친 학생도 나중에는 더듬더듬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결국에는 내 도움을 조금 받아서 한 문장을 끝까지 읽었다. 반복되는 실수가 있으면 그 실수는 고쳐주었다.

돌려 읽기 마지막에는, 교사가 미리 ‘끊어읽기 표시’해둔 부분을 보고, 그에 맞추어 호흡하며 읽도록 유도했다. 그냥 읽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의미단위로 끊어서 읽어야 문장을 이해할 수도 있고, 나중에 문장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맨 마지막 순서는 “내가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문장” 선택해서 읽기였다. 학생들은 짧은 문장을 선택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문장을 골랐다. 일부러 한번도 소리내어 읽어보지 못한 문장을 선택해서 읽는 학생도 있었다.

“여러분, 나는 이 시간이 정말 중요하고 고맙습니다. 보통의 수업 시간에는 이렇게 앉아서 대화하며 진도를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양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여러분과 이렇게 둘러 앉아 수업하는 게 좋습니다. 혹여 우리가 시험치기 전까지 진도를 다 나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겁니다.”

문장을 읽기만 하는 데도 제법 많은 시간을 써버렸지만, 정말 누구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수업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렸다. 처음과 비교하면 모두들 굉장히 읽는 게 늘었다. 모두들 용감해서 큰 소리로 읽어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어서 수업이 아주 뜻깊었다.

3. 영어 문장과 해석 비교해보기

오늘 읽은 영어문장을 펼쳤다. 지난 시간에 내주었던 내가 준비한 ‘해석’을 같이 펴도록 했다. 오늘 내준 영어본문에는 이미 중요한 단어들은 필기가 되어 있었다. 학생들에게, 해석을 보고, 영어문장 아래에 모두 뜻을 써보라고 했다. 끓어읽기에 맞추어 직독직해 되어 있기 때문에, 영어 문장과 해석을 비교하기 쉬웠다. 그리고 이미 ‘읽기’를 통해서 본문에 친숙해졌기 때문에, 영어문장이 더 눈에 잘 들어왔을 것이다.

학생들은 영어문장과 해석을 비교하면서, would, could와 같은 기능을 가지는 단어들에는 ‘정확한 뜻’을 쓰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문장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 명사와 동사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렇게 여러번 읽고, 해석을 하다 보면, 적어도 교과서에서 본 문장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4. 외워서 써보기

마칠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본래 본문에서 외우고 싶은 단어, 외워야 할 것 같은 단어를 5개를 골라서, 플래시카드에 쓰도록 시켰다. 빠르게 필기를 채운 학생들은 그 과제를 했지만, 좀 느린 학생들은 단어 만들기는 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냥 끝낼 수가 없다.

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영어문장을 거의 외우다 시피 공부하다. 암송할 수는 없더라도, 여러번 읽고 쓰면서 문장에 사용된 단어의 뜻을 외우고, 숙어 표현도 외운다. 그런 암기가 되어야 문제를 맞힐 수가 있다.

학생들에게 한 문장을 골라서, 보고 되도록 의미단위 만큼은 외워서 다른 종이에 옮겨 써보도록 했다. 이는 쉽지 않다. 우선 단어를 읽을 수는 있으나. 아직 단어들을 외우지 못한다. 그러니 여러 단어를 외워서 옮겨 쓴다는 게 쉬울 리가 없다. 하지만, 철자는 좀 틀리더라도 끊어읽는 만큼 끊어서 써보라고 했다. 한 단어를 쓰더라도, 보고 베끼지 말고, 보고 잠시 외우서 옮겨 써보도록 했다. 이 활동은 다음 시간에 좀 더 해볼 것이다.

둘러 앉아서 하는 수업이 좋다. 웃긴 표정과 목소리로 수업의 흐름이 깨지기도 하지만, 그런게 수업이다. 교사만 떠들고, 학생들이 받아 적기만 하는 것은 좋은 수업이라 보기 어렵다. 모르면 모른다고 쉽게 말하고, 같이 고민하고 알아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 와준 학생들에게 고맙다. 누구라도 못하는 건 하기 싫다. 그런데도 와서 자리를 지켰고 열심히 수업에참여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되도록 빠지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하나의 수업은 다음 수업으로 연결된다. 한번 빠지면, 그 간격을 채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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