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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그럭저럭 퇴근길

아침에 루시드폴의 '연두'를 들어서 그렇다. 오늘은 일부러 잠시 햇볕을 보러 나갔다. 요즘에는 앉아 있는 때가 많고, 수업을 할 때에만 서 있는다. 한낮의 해를 보게 되는 경우도 별로 없다. 저 꽃을 찍으러 갔다가 눈의 부셔 얼른 그늘로 들어가야 했다.

벛꽃

자전거를 타고 출근할 때, 속도를 늦추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자출을 시작하면서 가장 잘 사용하고 있는 물건은 애프터 샥 에어로 팩스인 것 같다. 애플 뮤직으로 몇 곡 좋아하는 음악을 체크했더니 내 취향의 음악을 들려준다. 요즘 내 마음을 채우는 노래는 루시드폴의 '연두'다.

초등 5학년인 아들이 진단평가를 치고 성적표를 가지고 왔는데, 과학에서 제법 문제를 틀렸다. 아내는 놀란 것처럼 당황해하며 나에게 그 사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는 아이가 더 놀면 좋겠다. 결국 공부하는 힘,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는 힘이란 스스로 키워야 한다. 책임을 일찍 느끼기 시작할수록 더 책임감을 가질 거라 생각한다.

어릴 때 우리 집 사정은 내가 봐도 참 어려웠다. 중학생이 되어서 몇몇 친구들이 신문배달을 했고, 나도 하고 싶었다. 아빠에게 말했더니, 아빠는 화를 내며 안된다고 했다. 왜 그랬을까. 신문배달로 용돈을 벌게 아니라, 나는 공부나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돈을 받아쓰고, 우리 집의 사정에 무심하게 된 것은 그때부터가 아니었을까. 땀 흘려 일해서 돈을 벌 아버지 않고서는 돈의 의미에 대해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과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돈을 생각하면, 그게 돈인가 싶다.

고난의 3월이 지나가고 4월이 되었다. 거짓말처럼 학교의 분위기가 달라지면 좋겠지만, 이제 만우절에도 거짓말은 찾을 수가 없다. 3년간 코로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더 거짓말 같고, 훈련용 비행기를 타다가 공군 조종사 네 분이 돌아가신 게 더 거짓말 같고, 우리나라에 일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원인 미상이라는 사유로 죽어간다는 게 더 거짓말 같다.

헬멧과 장갑

바람이 불지만, 바로 집 방향으로 가지고 않고 자전거를 타고 조금 더 갔다. 덕오마을로 향했다. 짧은 구간 동안 남강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덕오 마을로 가는 길까지 가면, 남강은 호수같이 잔잔하다. 오리도 사라진 남강은 흐르는지 아닌 지 구분하기도 힘들다. 바람에 땀을 말리고, 내 마음도 좀 꺼내 말린다. 낡은 장갑을 보면서, 저 장갑을 몇 년째 쓰고 있나 생각해 보려는 데, 기억해 낼 수가 없다. 한 5년 정도 되려나. 늘 가성비만 찾느라 사실 성능은 놓치는 게 아닌가 과거의 내가 좀 바보 같다. 저 장갑을 못 쓰게 되면, 좀 더 좋은 녀석으로 사야지 생각한다.

남강

집으로 오는 길, 내일 아침으로 먹을 꽈배기를 꿀꽈백에서 샀다. 원가 상승으로 가격이 오른다는 안내를 3월에 봤는데, 3개 2000원이던 꽈배기는 3개 2200원이 되었다. 다른 물가의 상승을 생각하면 아직도 저렴하다는 생각이 든다. 꽈배기 6개를 사서 집으로 오면서, 무슨무슨 바게트 빵집에서 빵을 고르는 것보다 이 집이 더 낫다 생각을 한다.

출근해야 하는 날이라면, 벌써 잠들었을텐데, 졸린 눈을 비비며 눈을 뜨고 있다. 출근하지 않는 밤은 길어서 좋다. 자출 할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돌리는 데, 이제 들리는 음악은 X-Japan의 Silent Jealou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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