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학급이야기

귀신의 집 치웁시다

타츠루 2021. 12. 16. 19:51

우리반 귀신 중 한 명


귀신의 집 꾸미기는 오늘 아침에도 끝나지 않았다. 학급 부스 운영시간은 10시부터 12시로 정해져 있었다. 학급 단톡에는 7시까지 오라는 반장의 메시지, 왜 안 오냐, 오는 사람 테이프 좀 가지고 와라… 귀신들 분장하고, 귀신의 집 통로를 마무리하느라 테이프를 붙이고, 입구부터 놀라게 할 것들을 준비하고, 안내해 줄 사람을 배치하고, 미션을 완성하는 사람들에게 찍어줄 도장도 준비하고, 와중에 쓰레기를 조금 치우고… 나도 출근해서부터 정신이 없다.

2학년에 좀비학급, 1학년에 우리반 말고 귀신이 하나 더 있었지만, 우리 반이 제일 인기가 좋았다. 학생들 말로는 고퀄이라고 했다. 밖에 기다리니 비명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고, 교장선생님도 들어갔다 나오시면서 아주 무섭게 잘 만들었다고 칭찬(?)을 하셨다. 체험을 위해 기다리는 줄은 끝나지 않았다. 귀신들은 어두운 교실 안에서 꼬박 2시간을 있어야 했다. 다른 학급 부스를 구경할 수도 없었다. 화장실에 갈 틈도 없었으리라.

관찰자와 참여자 사이


학생들이 이렇게 자신들의 일을 열심히 할 때, 내가 도와주기 애매할 때가 있다. 관찰자와 참여자 사이를 오가게 된다. 간식을 사줄 때는 잠시 참여자가 되었다가, 학생들이 알아서 일을 하고자 할 때는 관찰자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나도 모르게 매의 눈으로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혹시나 어떤 갈등은 일어나지 않는지, 무심한 척 하지만 학생들의 말을 고스란히 듣고 기억해 두는 편이다. 그리고 어떤 갈등이 일어나기 전에는 나서서 조정하려고 할 때도 있다. 그때마다 나는 괴로움이 있다. 학생들의 불만이나 투정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올라온다. 마치 나에게 그 말이 던져지는 듯 급하게 반응하려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오늘도 그랬다.

학급 부스는 12시에 끝났지만, 점심시간이 이어지고 축제는 계속되었다. 동아리 발표 및 부스 운영이 있고, 그걸 구경하러 다니는 학생들이 있다. 춤, 밴드 공연 등도 있어서 그걸 보러 다니는 학생들도 있다. 교실은 전혀 정리가 안 된 상태인데, 모두들 자기가 할 일을 한다. 몇 몇은 교실에 남았고, 청소를 시작했다. 자기들끼리 하는 청소라 힘에 부치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나 보다.

나는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나의 바램은 이렇다. 누가 얼마나 더 일을 많이 하는 지 생각하지 말고, 할 일을 어서 하고, 모두 일찍 집에 갈 수 있도록 하자. 하지만, 학생들의 마음은 다 제각각이다. 우리반에는 밴드부인 학생이 있어서 3시부터 공연을 했고, 여러 학생이 보러 갔다. 그리고 시간은 4시. 그 사이 교실은 제법 정리가 되었지만, 그렇게 교실 정리를 한 학생들은 불만이 있는 표정이다. 다 보내고 그냥 내가 청소하는 게 편할텐데..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좋은 방법도 옳은 방법도 아니다.


불만에 대한 대처


우선 먼저 교실을 지키고 청소한 학생들의 불만을 듣기는 했다. 많이 들어야 하는데, 오늘은 듣기보다 내가 말을 먼저 했다. 이건 오늘의 실수 그리고 실패. 그저 무슨 일인지를 들었다면 내 마음이 더 편했을 것이고, 그 학생들의 마음을 더 잘 알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 어서 정리하고 일찍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고, 누가 더 일을 많이 했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각자 노력하고 있는 데, 불만을 터트리는 것에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해야 했다. 하지만,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불편하고, 우선 교실을 정리하고 오늘 하루를 끝내고 싶었다. 내 마음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거기서 너무 더 말을 하거나 감정을 끌 수는 없다.


아무튼 수고했어


늦게 온 학생들과 교실을 정리하고, 학생들을 보냈다. 모두들 수고했고, 수고했다. 그렇게 말해줬다. 반장이 너무 피곤해 해서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반장이 제일 잘 해냈다는 점은 확실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