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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기초학력 미달 영어수업에서 단어 함께 외우기

타츠루 2021. 10. 19. 21:01

고등학교 기초학력 미달 영어수업에서 단어 함께 외우기

기초학력 미달 영어수업도 이제 제법 횟수를 거듭하고 있다. 예상했던 것(?)처럼 학생들이 수업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절대 쉽게 실망해서는 안된다. 이 학생들이 겪고 있는 학습에 대한 어려움은 다른 학생과는 다르다. 놀라운 성과는 1차 고사 전에 몇 번의 수업으로 요령을 터득한 한 학생이 영어 성적이 거의 수직 상승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내신 시험 준비를 위해서는 기초 따위는 필요 없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험을 준비하는데에는 분명 전략과 요령이 필요하다는 게 확실하다.

이제 2차 고사를 대비해서 준비를 하고 있고, 1차 고사 전보다는 시간이 많다. 그리고 그만큼 학생들은 학습량이 많고, 지치기도 쉽다. 내가 나가는 수업 진도 만큼 모두 다시 공부해 나가는 게 목표라, 수업을 했던 부분의 단어 읽기, 본문 읽기, 본문 내용 파악하기에 대한 지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들을 혼자해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가장 힘들 것이다.

단어를 어떻게 외울것인가?

본문 단어를 같이 외우기 위해서 단어 목록을 만들었다. 34개의 단어다. 단어의 수준을 생각하면 이미 반 정도는 중학교 과정에서 외우고 있었어야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모두 처음 보는 단어라 생각하고 외워야 한다.

아이패드에서 본 Quizlet 단어목록 

단어목록

단어 목록은 Quizlet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출력해서 가지고 갔다. Quizlet은 이전에는 단어로 학습세트를 만들고 나면, 다양한 방식으로 인쇄를 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마음에 들었던 기능은 플래시카드로 인쇄하기 였다. 그러면 양면으로 된 단어카드를 가질 수 있어서 코팅만 하면 훌륭한 수업 보조자료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유료 사용자에게만 제공하는 기능으로 바뀐 건지도 모른다.)

단어시험지

Quizlet은 단어시험지 만들기 기능을 제공한다. 시험문제 갯수를 선택, 문제의 형태(주관식, 짝맞추기, 선다형, OX 등)를 선택하면 문제지를 만들 수 있다. 문제지를 세 번 만들어서 학생수만큼 복사해서 갔다.

노트북에서 본 Quizlet 단어시험지

단어 외우기

영어단어를 외운다는 것은 먼저

  1. 영어 단어의 발음을 기억하고, 그 발음에 해당하는 뜻을 생각해 낸다.
  2. 한글 뜻을 보면, 영어 발음을 생각해 낸다.
  3. 한글 뜻을 보고, 영어 단어를 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1번이다. 그리고 1번만 충분히 되면 거의 다 외웠다고 본다. 학생들은 대개 단어를 쓰면서 많이 외우는데, 우선 시간 대비해서 효과가 낮다. 손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머리를 쓰지 않는다. 무언가를 외우려고 한다면, 답을 가리고 퀴즈를 풀 듯 봐야 한다.

단어를 대략 10개씩 묶어서 학생들과 읽어 나간다. 너무 많은 단어를 보게 되면, 발음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람이 한번에 기억할 수 있는 아이템의 수는 대략 7+3이라고 한다.(라지만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1. 단어를 읽고, 뜻은 곁눈질 하도록 한다. : 단어의 발음을 익히는 게 목표
  2. 학생들이 읽으면서, 뜻을 보도록 한다.
  3. 단어장을 길게 반으로 접고, 영어단어를 읽고, 뜻을 생각해보도록 한다. 기억나지 않으면 종이를 뒤집어 뜻을 확인하면 된다.
  4. 위의 3번이 충분히 되면, 한글뜻을 펴고, 영어 단어의 발음을 떠올려 본다.

이렇게 외우기 시작해서 20개 정도를 외웠다. 시간이 제법 걸렸고, 학생들은 피곤해 했다. 절대 단어를 쓰지 않았다. 발음을 익히는 게 우선, 발음을 듣고 한글뜻을 기억하면 외운 것으로 봤다.

100점 맞는 단어시험 치기

학생들에게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성공경험도 중요하다. 단어 20개 정도를 외우느라 지친 표정이었다. 한 가지 방식으로 오래(물론 20분 남짓이었지만) 공부하는 건 지겹다. 게다가 단어목록을 보고 눈과 머리로만 공부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방법을 조금 바꿀 때가 되었다. 반드시 단어를 다 외우게 만들어야돼는 목표가 아니다. 단어도 외우고, 성공경험도 한다!가 목표다.

100점 맞는 단어시험이다. 단어시험지를 먼저 주고, 시험에 나오는 단어만 제대로 외우도록 시킨다. 100점 맞을 자신이 있으면 답을 작성하도록 한다. 단, 답을 쓰다가 잊었다면 다시 단어목록을 보고 써도 된다. 속도 차이가 있지만, 학생들 모두 해낸다.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은 영어단어를 한 두번 써보게 된다. 영어단어를 도저히 못 외워 쓰겠다고 하는 학생은 한글로 그 발음을 써라라고 했다. 애초 가장 중요한 건 발음을 기억하는 것이었다. 그걸 한글로 표기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1차 단어시험이 끝나면 2차 단어시험이다. 준비한 시험지 중 두번째를 건내주고, 같은 요령으로 해보라고 한다. 두번째 시험지는 문제 유형은 같지만, 단어가 좀 다르다. 애초 34개의 단어 리스트 중 20개만 외웠기 때문에, 이때는 같이 외우지 않은 단어도 공부하게 된다. 모르는 단어의 발음은 개별적으로 알려준다. 이때부터 속도의 차이가 생기는데,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각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는 수준이 다르다. 자신의 속도대로 해나갈 수 있도록 둔다.

3차 단어시험이다. 이번 시험도 앞의 시험지와는 다른 시험지다. 단, 이번에는 최대한 외워서 쓰고, 절대 단어목록의 도움을 받지 않고 시험을 치도록 한다. 컨닝을 하는 지 감시하지는 않지만, 이들에게 감시는 필요없다. 학생들은 각자의 속도로 마지막 시험을 준비한다. 이미 1차와 2차 시험을 치면서 100점을 두 번 받았다. 한글뜻을 보고 영단어를 써야 하는 경우에도 철자를 외울 수 없다면 발음을 한글로 쓰도록 했고, 그 경우에도 100점을 줬다.

모든 학생이 3차 단어시험까지 가지는 못했다. 수업 마치는 종이 울렸을 때, 어떤 학생은 아직도 2차 시험지를 풀고 있었다. 수업 마치는 종이 울리고, 성공경험이 중요하며, 이미 20개의 단어는 확실히 잘 외웠다는 걸 다시 말해줬다. 이제 다음번 교과서 수업 시간에는 훨씬 자신감을 가지고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 수업이 쉽고 학생들이 모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빠지기는 해도 어쨌든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모르는 게 있지만, 아는 게 늘고 있다. 모든 학생들과 이런 식으로 수업한다면, 어떤 학생이든 수능 1등급을 만들 수도 있겠다 싶은데.. 물론 모든 학생의 목표가 영어수능 1등급은 아니겠다. 영어성취수준은 더 낮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수능도 좀 더 쉬워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수업 내에서는 학생들의 기분, 이해 정도, 쓸데없는 잡담까지도 모두 수용하려고 한다. 수업의 목표가 학생들의 성공에 있기 때문이다. 학습목표가 아니라, 수업의 목표다. 학습목표가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에 초점이 있다면, 수업의 목표는 학생의 성장에 있다. 모두들 잘 해내길 바란다. 나도 잘 해내길 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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