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

경주여행, 그, 새학기 준비 책읽기

타츠루 2019. 2. 26. 23:45

가족과의 지난 경주 여행은 좋았다. 아이들이 이제 좀 자라서 저녁을 먹고도 동궁으로 나가볼 수 있었고, 거기서 나와 아들과 딸은 킥보드를 타며 내 아내, 아이들의 엄마 곁을 지켜가며 발을 지칠 수도 있었다. 키를 재가며 놀이기구를 탔고 겁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여 탔으며, 시장하여 들린 음식점에서는 몇 가지 찬으로도 밥을 잘 먹었다. 낄낄대며 웃고 간지럽히며 놀았다.

저녁을 먹으러간 음식점에서 만난 작은 키의 외국인 노동자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조선말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었다. 전혀 다른 말이었고, 그는 앞치마를 입고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어 왔다. 한국말이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원글 : 2018.08.14. 발행

내가 아무런 생각없이 행복해하고 있을 때, 세상에서 마치 나만 행복한 것 같은 생각이 들면 돌연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지금 누리는 것이 모두 내가 이룬 것 같은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특별히 잘 한 게 뭐가 있나 생각이 들어 잠깐 숨을 고르게 된다.

그 외국인 노동자를 동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남의 나라에 와서 일을 하게 된 것일까 생각해볼 수 밖에 없었다. 나와 그는 얼마만큼 먼가 생각했다.

개학이 얼마남지 않아서 조금은 필사적인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다. 뜸들이고 난 밥을 뒤섞듯 책이라는 주걱으로 굳어진 마음을 섞는다. 휘이젖고 나면, 가라앉아 있던 것은 떠오르고, 층층을 이루던 것은 서로 섞인다.

'나의 현재'만 생각하면, 자주 '빨리 결정하고', '나에게 손해없이 이득이 되도록 행동해야지' 하게 된다. 그런 마음을 따로 먹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기도 전에 이미 그런 마음은 목구멍 뒤로 넘어가 있다.

다시 학생들을 만나려면, 툴툴 몸의 긴장을 풀면서도, 생각과 감정을 풍부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 그런 상태라야 상처주지 않고 배려하며 학생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글쓰기의 최전선을 읽고 있고,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있고, 비밀기지 만들기를 읽고 있고, 체공녀 강주룡, 장서의 괴로움을 읽고 있다. 여러권의 책이 하나의 책같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캐묻지 않지만 궁금해 하며, 이야기를 듣고 공감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 새학기를 준비할 때 내가 가지려는 자세.

그는 언제 자기 나라로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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