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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없이 독서토론

타츠루 2021. 12. 10. 21:15

비경쟁독서토론 연수를 가야산독서당정글북에서

마을 앞 나무 점심 식사 장소

금요일 오후 출장은 못참지

학교를 나오는데, 금요일 오후에 출장이라니 부럽다. 라며 학년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진주에도 곳곳에서 확진자가 터져 나오고, 우리 학교에도 학생, 학부모 중 확진자가 있어 어제부터 긴장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늘 출장을 갈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문제는 커지지 않았다. 성적 입력도 마감이라 바쁘게 성적 합계를 다시 확인하고 성적을 입력했다. 진주에서 합천까지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시간을 가야 하고, 시간이 촉박해서 간식을 조금 챙기고, 맥도날드에 들러서 햄버거 세트를 주문해서 차에 싣고 달렸다. 그렇게 1시간 20분 정도를 달리고 나서 합천에 도착. 연수 목적지는 가야산독서당정글북이다. 1시간 동안 나를 기다린 햄버거를 먹으려고 마을 입구에 있는 오래된 나무 아래에 차를 세웠다. 두 그루가 V자를 그리듯 하늘을 향해 팔을 뻗고 있는 멋진 모습인데, 사진에는 한 그루만 담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햄버거를 금방 먹어치운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가득이고 날씨까지 따뜻해서 마치 가을을 다시 사는 것 같았다.

비경쟁독서토론 연수

번개보다 빠르게 신청

이번 연수는 공문으로 오고 업무메일로 신청해야 했다. 연수를 진행하시는 선생님과 김해외고에 같이 근무한 적이 있어서 망설임없이 연수를 신청했다. 오랜만에 선생님도 보고, 책 가지고 놀 수도 있고, 책을 좋아하는 다른 선생님도 만나고.. 여러모로 좋은 기회였다.

가야산독서당정글북은 폐교가 된 숭산초등학교터에 경상남도 교육청이 만든 도서관이다. 책만 있는 것은 아니고, 여러가지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고, 어린아이들을 위한 그물놀이터도 있다. 오늘 연수는 북카페에서 진행되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북카페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작년에 우리 가족이 가장 열심히 다녔던 곳 중 하나인 독서당. 아직 안 가보신 분은 가보시길.

가야산독서당정글북

어디서 오든 거의 경북에 가까운 합천까지 선생님들이 오셨다. 통영에서 온 선생님은 거의 3시간을 운전해서 왔다며 기진맥진해 하셨다. 북카페 안에는 조별로 자리를 만들어 놓고, 연수 참가 선생님들의 이름표도 준비되어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간식이 없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다 좋았다. 도심에서 벗어난 곳이라 그저 조용해서 참 좋았다.

독서당 나 에어포스

1시 30분 시작이었지만, 일단 연수 등록을 하고 자리에 가방을 두고 가을 하늘 보러 나왔다. 조용한 곳에서 가만히 있으니 명상이 따로 없고, 수행이 따로 없다. 맥도날드에서 받아간 커피도 이때 마셨어야 했지만, 그냥 땅을 보며 하늘을 보며 쉬니 좋은 쉼이 되었다.

비경쟁독서토론 연수

연수주제 도서 : 나는 왜 쓰는가(조지 오웰)

연수강사 : 이효재

선생님이 써오신 원고를 읽으며,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책놀이 준비를 한다.

비경쟁독서토론이란 독서토론에서 우선 독자의 기쁨, 책을 통한 즐거움을 최우선에 둔다. 경쟁이 될만한 요소는 되도록 배제하여 책이라는 바탕 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

내가 알기로는 본래 독서토론은 비경쟁적인 거 아닌가 생각하는데, 독서영역이나 국어교과 영역 혹은 각종 대회에서는 독서 토론을 경쟁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서 운영했었는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은 이효재 선생님이 그간 비경쟁독서토론을 진행하면서 얻게된 통찰, 주의해야 할 것들에 대해 듣고,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주제 도서인 나는 왜 쓰는가*를 가지고 모둠끼리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다들 처음 보는 분들이었지만, 오늘 연수의 특성상 *신나게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리고 정말 재미가 있었다. 나는 책읽는 것보다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책 읽고 이야기하는 것은 더 좋아한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하지만, 비단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모두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그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는다. 들어줄 사람이 있는 목소리만이 힘을 가진다. 그런 점에서 독서모임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힘을 확인하고 즐길 수 있는 자리다.

비경쟁독서토론 모둠 결과

연수를 진행하면서 비경쟁 독서라는 것이 팀과 팀 간의 경쟁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같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누군가는 더 큰 목소리를 내고, 누군가는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경쟁독서토론의 목적은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는 자리가 아니고, 누가 더 책을 잘 읽었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 독서 모임 그룹 안에서의 **비경쟁**이라고 보니, 그 의미가 더 자연스러웠다. 비경쟁독서토론에서 듣게 되지 못하는 말은 "그게 아니라..."라고 이효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위 사진은 거의 마지막 과정인데,

  • 각자 책을 읽으며 인상적인 구절, 그 구절을 선택한 이유를 쓰고
  • 수용하기 힘든 구절, 그 이유를 썼다.
  • 위의 개인 과업이 끝나면, 모둠 내에서 의견을 교환한다.
  • 그렇게 나눈 의견을 큰 종이에 모아서 썼다.
  • 그 종이를 벽에 붙이고, 모둠원 중 한 사람은 남아서 자기 모둠의 글을 구경하러 오시는 분에게 설명을 하고,
  • 나머지 모둠원들은 교실 안을 돌며 다른 모둠이 써낸 것들을 보고, 질문을 한다.

1시 30분에 정확히 시작했는데, 어느새 4시 30분이 되었다.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3시간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서 이야기 했음에도 쭈뼛거림 없이 이야기를 잘 했다. 다들 멀리서 오신 만큼 더 열심히 참여하지 않으셨을지. 이효재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다음에는 하루 종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독서 모임에 활용하기

비경쟁독서토론에 대해 전혀 몰랐었기 때문에, 오늘 배워서 우리 독서모임 #먼북소리 에서도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독서모임은 내내 비경쟁독서토론을 해오고 있었다. 특히나 지난달부터는 각자 질문을 만들어 오고 있어서 정말 자연스럽게 더 질높은 책읽기를 같이 하고 있다. 배워서 써먹으려고 했지만, 하던대로 열심히 하면 되겠다 인삼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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