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앱에 기록한 것과 차이가 있기는 한데, 올해 총 43권의 책을 읽었다. 틈틈이 다시 돌아보기 좋게 정리했어야 했는데, '간신히' 앱에다만 기록을 했다. 그 내용은 다시 노션에 정리했다.
전체 목록이 궁금하면 아래 링크
www.notion.so/scanner/e2f1d8c904a84ee49ec2e4d8aa54a460
책을 정리하면서, 2020년 초에 읽었던 책들은 무슨 내용이었나 생각도 나지 않는 책이 있었다. 조금 생각해보니 재미가 없었거나 전혀 유익하지 않아서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장대익' 교수의 '사회성이 고민입니다'가 대표적으로 '별로'였던 책이다. 대중 강연을 책으로 옮긴 것인데, 책을 자세히 보지 않고 대충 고르다 보니 실수를 했다. 교수님의 다른 책은 분명히 더 좋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장대익 교수가 새롭게 번역한 '종의 기원'은 내 책장에 잘 꽂혀 있다.
한 저자의 책을 두 권 이상 읽은 경우가 있다.
- 장 자크 루소 : 에밀, 사회계약론
- 우치다 타츠루 : 교사를 춤추게 하라,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카를로 로벨리 : The Order of Time,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독서모임 덕분에 그간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던 '에밀'을 읽어낼 수 있었고, '에밀'을 읽고서는 '사회계약론'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 자크 루소는 두 책을 같이 저술했고, 두 권의 책이 사실은 쌍둥이 형제와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루소는 대개 자기 친자식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욕을 먹기는 하지만, 에밀이나 사회계약론을 보면 일단 비난은 멈추고 그의 생각을 두고 고민하게 된다.
우치다 타츠루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그의 책을 아직 다 사지는 못했지만, 번역된 책은 거의 다 사서 모으고 있고, 또 천천히 읽고 있다. 그는 무거운 질문에도 가볍게 답을 하는데, 마치 맥주 한 잔 두고 안주를 평가하듯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해나간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비판이나 비난 따위는 겁내지 않고, 자신의 약한 모습도 감추려 하지 않는 자신감 있는 솔직함이 있다. 그런 그의 스타일이 정말 매력적이다.
카를로 로벨리의 책 두 권은 같은 책이다. 하나는 영어로된 것, 하나는 한글로 된 것. 먼저 영어로 읽고, 독서모임의 주제 도서로 정해서 또 한글로 읽어야 했다.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 영어로 된 것이 더 좋다. 같은 내용을 지칭하는 것 같지만, 영어에서 더 매력이 느껴지는 문장이다. 상대성이론, 중력의 왜곡, 블랙홀, 시간이라는 장(field)에 다루는 글인데도 마치 에세이 같다. 적절한 그림은 도저히 내가 이해하기 힘든 차원의 문제로 보이는 문제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준다.
출판사별로 살펴보면,
'위고'와 '유유'의 책이 많다. '아무튼' 시리즈를 자주 읽다 보니 그렇다. '유유'출판사의 책도 모두 좋아해서 우리 집에 있는 책 중 출판사로만 보면 아마 유유 출판사의 책이 제일 많지 않을까 싶다.
강력추천 도서
올해 책 평가는 '강력추천, 추천, 비추천'으로 해봤다. 책을 열심히 고른 덕분인지 대개 재미있게 읽었고 그런 책들은 '추천'에 넣었다. 책의 재미는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가로 판단하는 게 편하다. 그럴 때는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지'도 같이 생각하게 된다. 그냥 추천과 비추천으로만 할까 하다가 나중에 '강력추천'도 넣었다. 추천이 너무 많다 보니 그 사이에도 우열을 가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한 번 더 읽을 수 있거나, 이미 두 번 넘게 읽을 책들이다.
추천하는 이유
Wonder : 사건의 중심이 된 인물이 같은 사건, 비슷한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진술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에 대해 콕콕 지적당할 수 밖에 없다. 장애를 대하는 내 편견과 무지에 대해 소년으로부터 질책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소년을 응원하며, 나도 좀 더 나은 비장애인이 되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게다가 해피엔딩이라 좋다. 그리고 어떤 등장인물도 소외되지 않는 것 같아서 더 좋다.
꿈꾸는 책들의 미로 : 우선 내가 집어들기 전, 진주문고 평거점 3층 '책과 관련된 책들의 매대'를 잘 지켜준 이 책에 감사합니다. 결국 집어 들었고, 손에서 놓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책이 두껍지만, 두껍다고 생각하기 전에 다 읽어버리게 된다. 고서가 가득한 책들의 미로, 작가가 되는 게 평생의 소명인 공룡. 책을 좋아한다면 책이 가진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 판타지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책이 두꺼워 부담된다면, 전자책으로 읽기를 추천한다. :)
침팬지와의 대화 : 영어교육을 전공했으니 언어에 대한 관심은 다른 사람보다 더 갖고 있다. 이 책은 침팬지에게 미국수화를 가르치며 침팬지가 가진 학습능력을 보여준다.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지구의 과학자들은 '인간이 어떠한 동물보다 뛰어나다'를 대전제로 받아들였고, 최고 존엄의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니 침팬지는 우리 인류와 비슷하지만, '열등해야만 했다'. 저자는 그 싸움에 끼어들게 되었지만, 모두 한 마리의 침팬지를 정말 사랑해서 벌인 일이었다. 언어의 신비, 침팬지의 사회생활에 대해 알 수 있지만, 나를 감동시킨 점은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한 가족(침팬지를 포함한)의 서사라는 점이다. 한 가족의 드라마라 보아도 좋다.
The Order of Time : 이 책 띠지에 쓰여져 있던 말이었던 것 같다. '물리학이 시인을 만났다'. 물리학을 아름다운 언어로 설명해주는 저자. 두 말할 것 없이 추천. 영어로 읽을 수 있다면 영어로 읽기를 추천!
앵무새 죽이기 :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다. 오바마가 인용해서 한 번 더 유명해졌다. 중고등학생 때 읽으면 너무나 좋을 것 같지만, 좋은 책을 읽는 데, 늦은 때란 없다. 소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각기 자신의 삶에만 열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 마을 사람들의 삶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소녀가 바라보는 아버지를 우리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살아있는 영웅.
이야기하는 법 : 양자오 선생은 유유 출판사가 아끼고 사랑하는 저자다. 그의 책은 아주 많이 번역되어 있다. 유유 출판사에서. '이야기하는 법'은 정말 '이야기'하는 방법에 대한 기술을 전수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왜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실상 모든 종류의 글과) 이야기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니 글을 쓰고 싶다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너무나 좋은 책.
어떻게 일할 것인가 : 2021년 첫 독서모임 책으로 정했다. 이미 읽었으나, 다시 읽고 있다. 아툴 가완디는 뛰어난 작가다. 내가 잘 모르는 '의료 업계'에 대해서만 예를 들어 설명하는 데도 모두 알아들을 수 있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는 '우리 시대의 직업윤리'에 대해 다룬다. 이야기 방식은 다르지만,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무라카미 하루키)가 주는 감흥과 비슷하다. 책이 두꺼워 다 읽기 싫다면, 책 맨 뒤의 부록만 살펴봐도 도움은 된다. 물론 맨 뒤만 살펴보면,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오해할 만한 여지도 있지만.
한 해의 책읽기에 성공하려면 일단 연초에 실컷 읽고, 절반쯤 되는 시기에 다시 힘을 내어 열심히 읽어야 한다. 교사에게 3월은 학교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달인 경우가 많으니 1, 2월에 열심히 읽어서 '분량'을 확보해야 한다. 올해에는 책을 더 읽을 수도 있었는데, 읽는 데가 아니라, 행동하고 쓰는 데 시간을 더 보냈다. 아, 아니다. 유튜브 보는 데 시간을 상당 부분 썼다.
시간은 없지 않다. 책을 읽을 시간도, 글을 쓸 시간도 있다. 다른 일을 줄이면 된다. 새해에는 몇 권이나 읽으면 좋을까. 올해 보다 더 많이 읽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늘 책을 옆에 두고 틈틈이 꺼내어 볼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읽지 않으면, 생각하지 못한다. 깊이 생각하려면 깊이 알아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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