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2

초전동 아침 산책길에 보게 된 오리들

영하 8도. 묵직한 음식물쓰레기통, 가득찬 플라스틱 재활용쓰레기. 버리지 않을 수 없어서 옷을 잔뜩 껴입었다. 나선 김에 영하 8도의 아침을 음미하기로 하고 털모자를 쓰고 장갑도 챙긴다. 탈탈탈 음식물 쓰레기를 털어넣는다. 2킬로가 넘는다. 생수가 담겨온 패트병은 또 분리하고 다른 플라스틱은 한 데 담고. 영하 8도는 장갑 없이는 손을 내놓고 다니면 안되는 기온이구나… 손가락이 운다. 음식물쓰레기통이랑 재활용쓰레기를 담았던 포대자루만 우리층에 살짝 내려놓고 다시 1층으로 간다. 추위야 기다려라. 누구집 자전거인가. 간밤에 너무 추워 물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하늘을 보니 달도 질렸다. 뒷짐지고 걷는데, 바람이 불어 눈이 시리다. 눈물은 속눕썹에 맺혀 얼까말까 고민한다. 바람이 옆에서 분다. 내 오른쪽에서..

오픈차 타고 철새 추격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면, 마치 오픈카를 탄 것처럼(이라고 쓰지만, 오픈카를 타본 적은 없다.) 얼굴을 하늘로 들어내놓게 된다. 비 오는 날에는 비를 맞고, 햇볕이 뜨거운 날에는 햇볕을 온 얼굴로 머리로 맞는다. 오늘같이 가을 하늘이 하늘하늘 내려앉는 날에는 가을 하늘을 잔뜩 볼 수 밖에 없다. 오늘은 브롬톤 기분을 가득 내려고 샤방하게 타려고 셔츠에 바지를 입은 채로 퇴근 라이딩을 했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방향은 약한 내리막이 계속되어서 별로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물론 자전거를 타면 늘 나한테로 바람이 날아드는 것 같아서 다리에 힘이 다시 들어가기는 하지만, 오늘의 목표는 샤방. 평속을 늦추기 위해, 다리를 좀 더 천천히 움직인다. 누가 내 앞을 막으면 어쩔 수 없이 따라 잡을 때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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