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면, 마치 오픈카를 탄 것처럼(이라고 쓰지만, 오픈카를 타본 적은 없다.) 얼굴을 하늘로 들어내놓게 된다. 비 오는 날에는 비를 맞고, 햇볕이 뜨거운 날에는 햇볕을 온 얼굴로 머리로 맞는다. 오늘같이 가을 하늘이 하늘하늘 내려앉는 날에는 가을 하늘을 잔뜩 볼 수 밖에 없다.
오늘은 브롬톤 기분을 가득 내려고 샤방하게 타려고 셔츠에 바지를 입은 채로 퇴근 라이딩을 했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방향은 약한 내리막이 계속되어서 별로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물론 자전거를 타면 늘 나한테로 바람이 날아드는 것 같아서 다리에 힘이 다시 들어가기는 하지만, 오늘의 목표는 샤방. 평속을 늦추기 위해, 다리를 좀 더 천천히 움직인다. 누가 내 앞을 막으면 어쩔 수 없이 따라 잡을 때도 있지만, 그저 천천히 유유자적하고 싶다.
집으로 거의 다 올 때쯤, 한쪽 하늘에서 새들이 여러개의 V자를 그리며 날아온다.
'음, 남강에 살던 오리들이 어디로 떠나나?'하고 생각하며 가던 길을 가려고 하는데, 또 다른 V가 날아든다. 오픈카를 탄 것처럼(정말?), 하늘로 고개만 든다.
V
VV
.
.
. V
V V
V
V
.
.
.
V . . V
한참인 것 같은 동안, 잠시 하늘을 보는데, 200마리 넘는 새들이 지나갔다. 어떤 새인지 모르지만, 날아가던 새들은 모두 같은 새들이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나 싶어서 아이폰에 '나침반' 앱을 다운 받고, 방향을 살펴본다.
'북쪽으로 가나?'
라고 생각했는데,
남서쪽이다.
'어디로 가는 녀석들일까?'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이르면 9월 말에도 철새가 돌아오기도 한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들과 새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누가봐도 대장 역할을 하는 녀석이 있는 게 아닌데도, 새들은 무리를 만들어 이동한다. 서로 언어 비슷한 것을 사용하지 않을까. 새들이 날 때는 옆에 있는 녀석과의 간격만 생각하며 난다. 그덕분에 마치 한 몸같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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