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5

김장김치 주는 엄마를 안아주는 게 뭐가 어렵나

올해 김장을 담글 때는 꼭 부산 집에 가려고 했다. 절인 배추를 건져내서 물을 빼는 걸 돕든, 양념 치대는 걸 돕든 엄마를 도우려고 했다. 얻어먹기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니니까. 그런데, 코로나 방역 지침이 바뀌면서, 동거가족이 아닌 이상 4명까지만 모임이 가능했다. 누나와 동생은 내려온다고 했고, 내가 가면 4명이 넘게 된다. 그래서 사진으로만 김장김치를 보고, 엄마가 삶아 준비한 수육을 봤다. 김장을 하고도 한참이 지났고, 그 사이 아버지가 크게 다치시면서 김장김치를 생각할 틈이 없었다. 며칠 전에는 엄마가 방에서 보는 티브이가 나오지 않는다고 내가 와서 봐줬으면 했다. AS기사를 부러면 되겠지만, 이제 엄마도 아빠도 가족이 아닌 사람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게 귀에 잘 안 들어오는 모양이다. 돈을 보내고..

엄마, 내가 돌봐줄게.

"아들, 아들 때문에 엄마가 더 힘낼게" 엄마는 내가 안아주자 그렇게 말했다. 나는 엄마에게 힘내라고 말하며 엄마 등을 토닥였다. 힘껏 안아주고 힘내라고 했다. 서울에 계신 외할머니가 최근 급속도로 몸이 안 좋아지셨다. 폐에서부터 암이 시작된 것 같은데, 한 달 전에는 나이가 많으신 분이라 암도 진행이 빠르지 않다고 했었다. 하지만, 엊그제부터는 의식을 잃고 호흡도 힘들어하신다고 했다. 엄마와 아빠는 어제인 금요일에 별 일이 없었다면 비행기를 타고 할머니를 보러 갈 계획이었다. 이야기 나누지 못해도 옆을 지키고 싶어서. 하지만, 큰일이 생겼고 엄마는 서울로 가지 못했다.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복잡할까. 곧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연락을 몇 번 받았지만, 그때마다 간이 졸아드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나는 아빠..

엄마와 코로나

엄마와 앉으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엄마와 마주 앉았다. 지난 연말에도, 크리스마스에도, 추석 때에도 부산에 오지 않았다. 작년 코로나가 본격화되고 나서 부산에 온 적이 있던가 싶다. 정말, 거의 없다. 어영부영하다가 그냥 설 연휴가 될 것 같고, 그때에도 오지 못할 것 같아서 오늘은 부산에 왔다. 나 혼자서 차를 몰고 왔고, 필요한 걸 사려고 들렀던 롯데마트에서, 커피숍에서는 당연히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왔으니 좀 더 있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도착해서 조금 이야기하다가 점심을 먹고 다시 진주로 돌아왔다. 만난 건 오랜만이지만, 전화통화도 화상통화가 가끔 하기는 했다. 그래도 화상통화가 '만나는 것'과 얼마나 다른지 오늘 또 알게 된다. 밀린 이야기가 많아서 아무 것나..

엄마는 잘 살았어

어버이날에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학생 시절 쓴 편지라는 것도 결국 그저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줘서 고맙다는 정도이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을 하는 순간은 그저 쓰기 싫거나 귀찮거나, 써야 할 대상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 보지 못해서가 아닌가. 엄마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면서도 나는 엄마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그나마 쓰던 ‘그저 그런’ 편지를 쓰는 일도 없었다. 주중에 모자란 잠을 주말에 몰아 자는 것처럼, 그간 엄마에게 못했던 말을 한 번에 모아서 할 수 있을까? 편지는 언제든 보낼 수 있지만, 엄마가 영원히 내 편지를 기다릴 수 없다. 탁탁 탁탁. 탁탁 탁탁. 엄마가 도마를 칼로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소리가 들리는가 싶으면 곧 냄새도 났다. 기름..

엄마의 생일, 엄마 생각하기

오늘은 엄마의 생일이다. 삼십년이 넘게 나의 아침밥을 챙겨준 사람. 결혼한 이후에도 늘 내 아침과 저녁을 걱정하는 사람. 나에겐 무슨 옷이 있는지 다 기억하는 사람, 이제는 내 아내도 그렇지만. 내 파마 머리가 무조건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된장찌게를 제일 맛있게 끌여줄 수 있는 사람. 결혼 전에 엄마는 제가 저녁은 먹고 들어오는지, 다음 날에는 무슨 일은 없는지를 늘 챙겨 물었고, 매일 깨울 때까지 일어나지 못하는 나를 지치지도 않고 깨워주셨습니다. 이런 수고를 어떻게 다 갚을까요? 제가 어머니의 사랑을 다 알 수는 있을까요? 늘 모든 것에 생각하고, 분석하고, 판단하고, 비판까지 하지만, 어머님을 그런 잣대에 올려놓는 건, 참 바보짓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내 어머니가 나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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