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2

허리를 지킬 것인가 식물을 돌볼 것인가

우리 학교 1층 복도에는 제법 큰 화분이 있다. 내 기억에는 5층 학생 공부 공간을 만들면서 식물을 넣었었는데, 돌보는 이도 없고 환기도 잘 되지 않아서 나무를 우리 학교에서 두 번째로 바람이 잘 드는 1층 교직원 화장실 앞에 두었다. 햇볕은 싫어하는 식물도 있고, 좋아하는 식물도 있어 어렵지만, 어떤 식물이든 '환기'와 '비'는 좋아한다. 작년까지는 교무부장, 올해 1학기까지는 융합교육부장이었던 선생님은 비가 오면 저 식물들을 밖에 내놓으시고는 했다. 때마침 입구에는 장애인 걷기 보조를 위한 엠보싱 무늬 타일이 놓여 있어서 바퀴 달린 저 화분을 내놓는 게 쉽지 않다. 허리를 숙이고 바퀴를 잡고 끌고 가야 한다. 오늘 비가 왔고, 아침에는 나 뿐이라 식물들을 밖에 내뒀다. 비를 하루 종일 맞는 걸 보니 ..

소통가능한 식물과 불통가능한 헐크

애초 되돌려 받을 마음이 없는 관계란 얼마나 좋은가 싶다. 이승희 산문 준 것은 잊고 받은 것은 기억해야지 늘 애쓴다. 하지만, 못난 인간이라 가끔 준 것을 기억하고 받은 것은 기억에서 희미해질 때가 있다. 그러다가 책에서 저 문장을 만났다. 그리고 나는 얼마 전부터 나를 노려보며 나의 인사를 무시하는 학생 한 명이 떠올랐다. 교사의 역할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교육이 무엇이냐에 대한 정의보다 더 많은 답이 가능할 것이다. 교사마다 다른 답을 가지고 있고, 학생마다 다른 기대를 할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교사의 역할을 한 마디로 요약하기도 어렵다. 우선 나라가 정하는대로 교과 수업을 하고, 성적을 내고, 대입을 위해서 생활기록부를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 이건 최소한. 최대한으로 하자면, 그렇다, 끝이 ..

학교 관련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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