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가족들과 산책을 나갔다가 귀가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왜 그랬을까. 집을 나서서 100걸음을 채 디디기 전에 아내는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래도 나선 걸음 그냥 들어올 수는 없다. 껴입은 옷이 아까워서 더 걸었다. 아들은 축구공을 가지고 나와 나에게 가끔 패스를 했고, 딸은 줄넘기에 킥보드까지 들고 왔다. 목이 허한 딸에게 내 옷을 벗어 입혔다. 서부청사 쪽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털모자를 쓰고 나갔어야 했는데, 귀가 차가웠다. 마치 얼음 배게에 모로 누운 것처럼 바람이 불어오는 귀가 차가워졌다. 나무에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의 반대편에 가지가 더 많고 풍성한 지 알 것 같다. 가지를 내기는 다 냈는데, 바람에 가지가 떨어져 나가 버린 것 아닌가 싶었다. 나무들은 추운 겨울이 되면,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