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을 먹고 난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설이 언제지?" ..... 오늘은 설이다. 어제가 까치설. 오늘은 진짜 설. 진짜 설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는 건 무엇인가? 오로지 달력뿐이었다. 우리는 어떤 것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나에게 설이란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늦은 아침을 먹는 날. 서로 세배하며 아이들에게는 두둑이 용돈을 주는 날. 티브이를 틀면 왠지 '외국인 장기자랑'이 할 것 같은 날. 점심은 나물을 넣은 비빔밥으로 먹고, 뒤돌아서 튀김 먹고, 뒤돌아서 식혜 먹는 날. 그런 건 아무 것도 없다. 오늘이 '설'인 줄 몰랐던 것은 내 탓이 아니다. 코로나 탓이다. 엄마가 싸준 탕국, 엄마가 만들어준 나물. 그걸로 아침도 점심도 먹으면서도 '설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은 머리에서 떠나질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