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부산의 문구점에서 사준 작은 수첩. 딸은 거기에 우리 가족 이름을 쓰겠다고 했다. 먼저 딸은 자기를 시작으로, 엄마, 아빠, 오빠의 이름을 썼다. 그리고 부산 할아버지, 할머니 이름을, 그 다음에는 진주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름을, 그리고 고모, 고모부, 사촌들 이름, 삼촌, 숭모, 사촌 이름까지. 딸이 그렇게 이름을 쓰고 있으니, 이참에 가계도를 그려 보는 게 어떨까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작은 수첩에 달린 열쇠 잠그고 여는 걸 알려주느라 그 생각을 잊어버렸다. 내 어머니는 8남매 중 셋째고 덕분에 어린 시절에는 많은 사촌들을 만났다. 서울도 가고, 인천도 가고, 강원도에도 갔다. 비슷한 또래의 다양한 사촌을 만나는 건 신나는 일이었다. 서울로 올라가는 새마을호를 타는 게 곤혹스러웠고, 시외..